"다음 총선때 봅시다" KBS의 협박성 발언

2011. 6. 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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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상안 처리 어렵자 도 넘어

카메라 6대로 압박 취재도

사장은 "행동해주기 바란다"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한국방송 기자들의 과도한 정치권 압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수신료 인상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는 해당 언론사 기자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압박성 취재나 로비를 펼치는 것은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음 총선에서 봅시다." 지난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반대로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한국방송의 한 기자가 인상안 처리를 막은 민주당 의원에게 했다는 발언이다. 이날 한국방송은 국회 출입 기자 5~6명과 방송용 카메라 6대를 문방위 회의장에 배치한 뒤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압박 취재'를 시도했다. 문방위엔 국회를 출입하는 현장 기자들뿐 아니라 방송사 간부들도 출동해 상황을 살폈다.

한국방송 일부 기자는 지난해 9월 열린 문방위에서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에게 폭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최 의원은 문방위에 참석한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에게 "(한국방송) 기자들이 왜 나서서 수신료 인상 부탁을 하느냐. 사장이 기자들을 사병처럼 부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해당 발언을 들은 한국방송의 한 기자는 문방위 직후 최 의원을 겨냥해 "최문순 나오라 그래"라며 고성과 폭언을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이에 항의하는 민주당 보좌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기자·사원 등 한국방송 구성원 수백명은 지난 24일 근무시간 중에 민주당사를 찾아가 인상안 표결처리 합의 번복을 규탄했다. 한국방송 노동조합 주도로 이날 오전 9시30분 시작된 집회 참석을 독려하려고 일부 팀장은 팀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국방송 기자들이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위해 로비 및 압력성 취재 방식을 동원하는 건, 김인규 사장의 전사적 독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0일 임원회의를 비롯해 수시로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위한 직원 단결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임원들 앞에서 "전체 직원이 자신이 몸담을 직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뜻을 모으고 '행동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지난 4월22일에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정치권과 언론·시민단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적도 했다. 임원회의에서 그는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노조 등이 야당이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하도록 만들고 있는데, 다음(국회)에는 악재를 말끔히 처리해 차질 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의 한 기자는 "경영진이 (수신료 인상 추진을) 폭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내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 기자들도 그동안 쏟아진 징계 등을 의식해 취재 윤리의 문제점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연주 전 사장 재임 시기, 한국방송의 '수신료현실화추진단'에서 활동한 전직 한국방송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정치권에 대한 로비나 압박으로 수신료 문제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국방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집중 홍보했다"고 밝혔다. 김영호 언론광장 대표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을 상대로 이해당사자인 한국방송 기자들이 압박성 취재 방식을 동원하는 건 언론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진 이유주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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