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阿 귀임 공관장 화물에 숨겨…상하이 스캔들 이어 또 악재외교부 "사실 확인땐 중징계"

[세계일보]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임기를 마치고 귀임한 한 재외 공관장의 이사화물에서 코끼리 상아가 적발됐다. 현직 외교관이 수출입금지 물품인 상아를 대거 밀반입하려던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형사처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채 파동, 상하이 스캔들에 이어 또다시 악재가 터지자 외교통상부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인천세관본부는 지난달 28일 아프리카 지역에서 귀임한 P 전 대사의 이사화물에서 16개의 상아를 적발하고 외교부에 통보했다.

세관본부는 외부 제보를 받고 P 전 대사의 이사화물을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아는 이사물품 신고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아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교역이 전면 금지된 품목이다. 수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형성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세관본부는 현재 다른 중앙 부처에 파견돼 근무 중인 P 전 대사를 불러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조사를 마무리한 뒤 수사기관에 고발 등 형사처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 정황만으로도 밀수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고 외교부에서도 중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상아 밀반입 사건으로 외교부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외교부 직원들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북한 외교관이 저지른 범죄로 알았다는 직원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조직이 안정될 만하면 악재가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특채 파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유명환 장관이 경질됐고, 기획조정실장과 인사기획관 등이 모두 징계를 받았다. 최근에는 상하이 스캔들로 또다시 곤욕을 치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아침에 직원으로부터 보고받고 뒷머리가 아파왔다"면서 "P 전 대사는 몰랐다고 해명하는데 믿기 어렵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여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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