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국제 정치' 최대 수혜는 미국, 피해는 한반도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보고서를 12일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천안함 논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종 보고서 내용은 지난 5월 정부가 내놓았던 조사결과와 동일하다. 천안함은 백령도 해안에 침투한 북한의 소형 잠수정에서 발사한 어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버블제트로 인해 두 동강이 나 침몰했다는 기존의 결과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13일 열린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민군합동조사단의 군측 윤종성 단장(육군 소장·사진 위)이 조사결과를 설명하는 것을 민간 측 윤덕용 단장(KAIST 명예교수)이 지켜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발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의장성명이 이미 발표됐고, 미국은 이에 근거해 한·미 양자 간의 대북조치와 독자적 제재를 가했다. 여전히 의혹들이 남아 있지만, 천안함 사건은 정부의 결론 그대로 역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은 국내적으로 46명의 생명이 희생된 분단의 비극이었지만, 국제적으로는 모든 나라에 정치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는 물론, 미·중 간의 전략적 충돌을 초래한 글로벌 이슈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국내 지방선거와 대북 압박 기조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면서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극대화와 중국에 대한 견제 도구로 이용했다. 중국은 처음부터 '불편한 진실'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면서 중국 특유의 외교적 색깔을 유지했다.
가장 노골적인 것은 한국에 자체 조사단을 파견했던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와는 다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자신들의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진실규명보다는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한 지렛대를 확보하는데 열중했던 것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 유럽의 한 전직 외교관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나라가 어딨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결과 때문에 천안함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 오키나와 미 해병기지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던 미국이며 최대 피해자는 한반도 평화라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공식적으로 역사의 한 부분이 됐지만 과학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현실이다.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과연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과학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혹 제기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는 국민이 3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전문가들의 검증 노력 여하에 따라 천안함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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