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허용..'롯데의 세상' 논란

2009. 3. 2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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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정치부 박지환 기자]

15년을 끌어온 제2롯데월드 신축문제가 결국 허가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정부의 안전검증 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2롯데월드 건축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용역보고서 제2롯데월드 허용으로 가닥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그동안 가장 큰 쟁점은 인근의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군 항공기의 비행 안전문제였다.

25일 정부는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행정협의 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고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실무위원회는 지난 1월 7일에도 국방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안이 확정되면 서울공항 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제2롯데월드 건축을 사실상 허용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초고층 건물에 따른 바람의 변화와 조종사 심리상태 등 비행안전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안전성 검증 용역을 한국항공운항학회에 의뢰했고 그 결과가 이날 나왔다. 결과는 제2롯데월드를 건설해도 서울공항 비행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총리실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제2롯데월드가 신축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이 신축하려는 지상 112층, 높이 555미터의 초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 건설은 이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용역보고서 9가지 쟁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안전 문제. 쟁점이 됐던 것은 9가지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3가지. 먼저 건설될 제2롯데월드가 국제기구에서 정하는 비행안전구역 안에 위치하느냐 여부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7구역 비행안전 범위안에 포함된다. 이럴 경우 145미터 이상의 건물은 지을 수 없지만 보고서는 7구역은 건축물 고도를 무조건 제한하는 구역이 아니라며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국내법상으로는 비행안전보호구역 외곽에 위치한다며 안전성 논란을 비껴갔다. 국내 항공법이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은 제 7구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초고층건물이 서울공항 근처에 들어설 경우 조종사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도 쟁점화됐다.

항공운항학회는 헬기를 제2롯데월드 예상 높이에 띄워놓고 시험 비행을 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칠영 항공운항학회장은 "실제 신축될 건물 높이에 헬기를 띄워놓고 C130 수송기로 실험을 했다"며 "그 결과 활주로 3도 변경하는 효과도 보고 안전거리도 확보됐다"고 말했다.

또 초고층 건물로 인한 바람의 변화가 비행안전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도 관심사였다.

건물에 바람이 부딪치며 생기는 일명 '와류 난류'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직접적인 위협요인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김칠영 학회장은 "난류 부분은 그 건물만이 아니라 주변환경까지 넣어 5,10,30 나트 시뮬레이션했다"며 "그 결과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용역 실험 왜곡 논란 확산

그러나 용역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용역 실험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국회 국방위원회의 민주당 안규백 의원. 안 의원은 어제 항공운항학회가 최근 제출한 중간보고서를 분석해 7구역은 건축물 고도를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보고서의 해석을 문제삼았다.

보고서가 FAA 기준 7구역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 실제로 7구역을 각국의 실정에 따라 운용한다는 보고서 내용과 달리 FAA는 7구역이 모든 군용 비행장에 적용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최소 1주일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와류 난류' 시뮬레이션 결과가 정부의 용역 의뢰 이틀만에 보고서에 첨부된 것도 정부의 짜맞추기식 정황증거라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11일 '와류 난류', 즉 초고층건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바람의 변화인 '웨이크 터뷸런스'의 위험성을 미리 지적했던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용역 시뮬레이션 자체가 전문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진수 교수는 "항공운항학회는 시뮬레이션을 할만한 능력이 없다"며 "그 쪽은 조종사들 출신들이 많고 시뮬레이션은 공기역학한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제2롯데월드 예상높이에 헬기를 띄워놓고 조종사들의 심리적 압박감 유무도 체크했다는 보고서 내용에 조 교수는 말도 안되는 모의실험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555미터 높이에 헬기 띄워놓고 그 옆에 수송기 왔다갔다했더니 조종사들이 심리적 불안감 못느낀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걸 실험이라고 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미리 가닥을 잡고 무리하게 안전성 검증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

여야가 모처럼만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제 정부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이례적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당내에서도 적잖은 우려가 있다며 전문적인 검토 후에 합리적인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유승민 의원도 빌딩 지으려고 군비행장 활주로를 트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있냐며 안보 측면에서 정부 결정에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여당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민주당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 사이의 특수관계를 물고 늘어지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군출신 의원들은 국방부가 15년 가까이 반대하다 지난해부터 갑자기 제2롯데월드 찬성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을 집중 추궁할 태세다.

여야 3당 간사들은 국방부를 비롯해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지기 위해 조만간 국방위 전체회의를 소집하기로 해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롯데그룹을 감싸기만 하는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겨냥해 롯데월드.말 그대로 '롯데의 세상'이라는 비아냥도 함께 나오고 있다.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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