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TA재협상 연일 요구..정부 "불가"

2009. 1.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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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하원 세입위원장도 "추가조처 필요"

정부 "비준안 2월처리"…외교마찰 우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한-미 사이 최대 현안으로 등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정부는 15일 기존의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한 채 2월 국회 비준을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한·미 양국은 4월 영국 런던의 주요 20개국(G20) 금융 정상회의를 이용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어, 이때까지 양쪽의 상반된 입장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북핵문제 조율, 한-미 동맹 강화 등 다른 쟁점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힐러리 내정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발언과 관련해 "아직 미국에서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 나온 얘기에 대해 우리가 얘기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지 안 할지는 기다려 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 쪽 입장은 재협상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국회 비준도 기존 방침대로 2월에 하느냐'는 질문에 "국회 비준에 대한 우리 입장도 기존과 변함 없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고위 관계자도 "미국 의회의 인준 청문회가 정책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어서 공식적인 방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선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심의할 주요 상임위인 하원 세입위원회의 찰스 랑겔 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재협상 공세를 폈다. 그는 이날 세입위 소속 의원들과 입법의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계류 중인 한국·콜롬비아·파나마와의 세 건의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을 바라지만, 한국과 콜롬비아와의 두 협정은 추가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원에서도 이 협정을 심의할 재무위원회(위원장 막스 보커스)가 최근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고자 발간·배포한 '제111회 의회 통상 관련 이슈' 보고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심의의 쟁점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쇠고기, 쌀, 개성공단 등 네 가지를 지적했다. 하지만 쇠고기는 자유무역협정과 별개로 거론돼 왔고, 쌀은 협상에서 제외됐으며, 개성공단 문제도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돼 왔다.

미국 정계의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정부가 "재협상 불가"를 앞세워 2월 비준을 강행할 경우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원 세입위의 무역소위 위원장인 샌더 레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 의회가) 협정 비준을 강행하려는 것은 '실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일방통행도로가 아니라 양방향 통행 도로를 원하고 있다"며 "양방향 도로가 아니라면 (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지금은 '선비준'이니 '재협상은 없다'고 떠들기보다는 미국이 포지션을 정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본다"며 "국익 차원에서 국민여론도 청취하고 통상 관련 규범이나 제도를 정비하면서 금융위기를 벗어난 뒤 어떤 통상질서와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준범 이용인 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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