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뜨면 야권통합은 '추락'

천관율 기자 2011. 12. 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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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의회 권력을 되찾아오면 한·미 FTA를 재협상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다.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 수만 있다면, 이 전략은 정치적으로 성립 가능하다.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금 야권에서 나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역시, 빠른 시일 안에 '1대1 구도'를 만들어 반MB·반한나라·반FTA 단일 전선을 꾸리자는 것이다.

문제는 '1대1 구도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친노 세력이 주축인 혁신과통합, 박원순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 등과의 통합 논의에서, 내부 논란에 발목을 잡혀 꼼짝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비준동의안 통과 다음 날인 11월23일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의 통합 추진을 두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민주당 독자 전당대회 이후 통합을 추진하라는 '선(先)전대·후(後)통합파' 중앙위원들이 대표 사퇴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압박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민주당이 놓인 처지가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통합이라는 명분은 이미 저쪽(혁신과통합)이 쥐었다. 통 크게 통합한다? 그러면 또 진보 통합정당하고 '통 큰 연대'를 해야 하겠지. 그 다음은 뭔가? 안철수 신당? 그렇게 세 번 연속 '통 큰 통합' 하고 나면, 민주당 지분은 8분의 1밖에 안 남겠네?"

혁신과통합 쪽 관계자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민주당이 내부 논란 정리 못해서 통합이 꼬이면, 그때는 안철수 신당이 파고들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같이 죽는 거지 뭐. 민주당은 구태 세력 되는 거고, 혁신과통합은 유일한 자산이던 대선 주자(문재인 공동대표)가 빛 바래는 거고."

두 사람의 말에서 보듯, 통합 논의 뒤로 '안철수 신당'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드는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면, '안철수 블랙홀'이 야권 재편 논의를 싹 쓸어가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 가능성을 검증해보기 위해, < 시사IN > 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정당 지지율을 세 차례에 걸쳐 물었다. 첫 번째로는 현재 정당 구도에서 지지 정당을 물었다. 이어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정당 구도, 즉 한나라당, 민주당 계열 통합 야권정당, 통합 진보정당(민노당·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 삼정립 구도에서의 지지 정당을 물었다. 마지막으로, 이 삼정립 구도에서 '안철수 신당'이 등장했을 때의 지지 정당을 물었다. 그 결과가 아래 표이다.

안철수 신당 35.7%, 통합 야권정당 12.3%

현재 지지율이 22.5%인 민주당은 통합에 성공할 경우 29%까지 지지율이 뛴다. 한나라당과 2% 포인트 차까지 따라붙는다. 사실상 통합 완료 단계인 진보 정당은 통합 시 지지율 14.7%를 얻는다. 현재 민노당 지지율 4.8%에 견주면 대약진이다.

하지만 이 구도에 안철수 신당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 계열 통합정당은 12.3%, 진보 통합정당은 6%로 폭락한다. 공고하던 한나라당 지지세까지 약간 빠져나가 27.3%로 주저앉는다. 안철수 신당은 35.7%를 얻어 순식간에 지지율 선두가 된다.

ⓒ뉴시스 12월1일 안철수 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사업 발표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야권의 기존 정치 세력이다.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할수록, 안철수 신당은 명분을 얻고 사람도 모이게 된다. 일각에서는 안 교수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주위 인사들이 먼저 당을 만들어 치고나가는, 일종의 '친박연대 모델'(대표 주자는 입당하지 않은 채 지지 세력이 창당하는 모델)도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진보 성향 수도권 전직 의원은 "FTA 단일 전선 국면을 기회 삼아 통합 논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안 교수도 통합 야당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공멸이다"라고 말했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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