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성' 선거 운동에 시민들 왕짜증

2010. 5. 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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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설문 한다며 후보이력 선전하고… 모임 장소마다 찾아 명함 돌리고…후보들 일방적 이름·얼굴 알리기…"오랜만에 가족나들이 망쳐" 분통

"서울 ○○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아무개 예비후보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 후보가 ◎◎동에 살고 있으며, 한국 최초의 △△△ 출신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최근 서울의 한 구청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한다는 전화를 받은 박모(43)씨는 진행되는 설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는 출마 후보의 이력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전화였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국민 눈을 사로잡은 천안함 침몰사건 여파가 꺾이자 기다렸다는 듯 부산한 움직임이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자신을 알리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일부는 위법성 홍보로 유권자의 짜증만 사고 있다.

박씨는 2일 "여론조사 전화라고 해 받았는데 결국 한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만 들었다"면서 "항의하려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녹음된 질문만 나온 뒤 자동으로 끊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행 선거법상 여론조사라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설문사항 등이 선거구민에게 특정 후보자 인식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경우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의 한 구청장 후보 측 A씨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름을 알리려고 할 것"이라면서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대표적인 구시대적 홍보전략"이라고 말했다.

예비후보들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조기축구 모임은 자꾸 경기 흐름이 끊겼다. 후보자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수행원을 대동한 채 운동장 안까지 들어와 명함을 돌린 탓이다.

운동장에는 조기축구회 회원보다 후보들이 더 많이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축구회 B씨는 "선거운동도 좋지만 주민 일상생활까지 방해할 수 있느냐"며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지자체들의 비리 행태를 보면 지방자치 선거가 공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경기도 한 초등학교 운동회. 학부모 이어달리기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여유있게 1등으로 내달리면서 두 손을 쳐들어 'V'자를 그려보였다. 그는 한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에 '기호 X번 ◇◇◇'라고 새긴 옷을 입고 있었다. 함께 뛴 김모(41)씨는 "저런 선거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도 선거 홍보의 장이다. 지난달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열린 꽃 축제장을 찾은 서모(30·여)씨는 "추운 날씨 탓에 꽃은 몇 송이 피지 않았는데 좀 과장하면 꽃 송이보다 후보들이 뿌린 명함이 더 많더라"면서 "길목마다 지키고 서서 다른 지역에서 온 손님한테도 무작정 악수하자고 하고 명함을 돌리는 후보들 탓에 오랜만의 가족 소풍이 짜증만 남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부정적인 면만 탓할 게 아니라 직접 선거에 참여해 올바른 후보를 뽑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정치외교학)는 "후보들은 당연히 이름을 들어본 사람에게 유권자가 한표라도 더 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유권자들이 선거에 더 관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핀다면 후보들도 악수하고 자기 이름을 알리는 시간에 정책 개발에 더 힘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기천·장원주 기자[Segye.com 인기뉴스] ◆ '세기의 커플' 장동건-고소영, 축복의 웨딩마치◆ 의붓딸 성추행 들통나자 아내와 딸 살해한 남편◆ 술취한 남자가 비행기 탈취해 '곡예비행' 황당◆ 레이싱걸? 홍보모델?… 그녀들의 세계 살펴보니◆ '혼욕' 원하는 여성 늘자…日지자체, 규제 완화키로◆ 김제동, 지상파 마이크는 모두 내려놨지만…◆ '명품몸매' 강예빈, 청순미와 섹시미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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