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생업 미루고 힘보탰건만" 속타는 쌍끌이 선주들

2010. 4. 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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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자 부서진 배의 파편이라도 건지겠다며 저인망 쌍끌이 어선을 투입했던 선주들이 속병을 앓고 있다. 조업을 포기하고 어구가 망가질 것을 감수하면서 군·경의 요청에 응했지만 선원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되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일부 선주들은 "무리한 협조 요청이었지만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조업장으로 돌아가던 중이라 해군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군 당국을 원망했다. 한 선사 관계자도 "영세 업체에서 무리하게 수색 작업을 돕다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침몰한 98금양호와 짝을 이뤄 수색에 나섰던 97금양호 김종영 선장은 4일 "수색 작업에 투입돼 일어난 일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실종 선원들에 대한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양호 선사인 금양수산 관계자는 "하루 수천만원의 조업을 보류한 채 수색 작업에 뛰어들었다가 침몰한 98금양호의 실종 선원들이 진짜 애국자 아니냐"며 "그런데도 해군이나 정부에서 선원 장례식장에 조화 한 개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군·경이 협조 요청을 했을 때 선주들은 사고 해역 해저면 상태가 고르지 않아 어구가 파손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특히 선장들은 평소 백령도 인근에서 조업을 하지 않아 지형을 잘 몰랐던 탓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선 고장으로 수색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77·78 근영호 선주 김영수씨는 "원래 그쪽(백령도 앞 해상)에는 저질(해저 바닥 상태)이 안 좋아 쌍끌이 어선들이 가지 않는 곳"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선주들은 수색 작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쌍끌이 어선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수색 작업에 배를 내줬던 17·18 동양호 선주 김정갑씨는 "유가족들이 애태웠지만 수색 작업은 더딘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가까이 있는 배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느 선주가 협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주들은 98금양호 선원 2명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주들은 "재산 피해도 심각했지만 인명 피해까지 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선주 A씨는 "찢어진 그물값만 1000만원"이라며 "정부에서 협조해 달라고 해 해줬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인천=김경택 박유리 정창교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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