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추 어디로?..檢-辯 현장검증 손익계산
"곽씨진술 신빙성 재확인" vs "수수 불가 상황"(서울=연합뉴스) 법조팀 =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총리공관 현장검증 결과를 놓고 검찰과 한 전 총리측이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검찰은 현장검증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재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공관 직원들은 한 전 총리가 나오기 전까지 오찬장을 자세히 볼 수 없었고, 그 사이 돈을 주고 받을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는게 검찰이 제시하는 근거다.
오찬장 주변에서 대기하던 공관 직원들이 실내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고, 수행비서가 오찬장으로 걸어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전 총리와 곽씨가 은밀히 돈을 주고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
검증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23일 "경호팀원들은 현관 옆 경호실에서 기다리다가 손님들이 나오면 현관에서 이들을 맞이하기 때문에 오찬장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렵고, 바깥에서 대기하던 강모 수행과장도 오찬장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손님들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오찬장 앞으로 가 총리를 수행하기로 돼 있는데, 검증에서는 수행과장 대기석에서 오찬장까지 걸어가는 데 6초가 걸고, 이는 돈을 챙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대역이 의자에 놓인 돈봉투를 집어들고 식탁 뒷쪽의 서랍에 넣은 뒤 다시 테이블 옆으로 돌아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6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강동석 전 교통건설부 장관이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문을 열고 나오는 것과 동시에 곽씨가 의자에 돈봉투를 꺼내놓았기 때문에 수행과장이 오기 전에 한 전 총리가 이 돈을 처리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장검증에서 곽씨의 진술대로 재연해 보니 그동안의 진술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오찬장 바깥에 많은 사람이 오가거나 안을 들여다보는 등 돈을 주고 받기가 어려운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총리측은 은밀한 돈 수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오찬장에서 정원을 향해 난 유리창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백승헌 변호사는 "(두 개의) 통유리로 돼 있어 안에서 식사하고 불을 켜놓고 있으면 밖에 있는 사람이 명확히 볼 수 있는 장소였으며 외부 경호원이나 직원이 볼 수 있다는 것을 내부에서도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거기서 돈을 줬다는)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부속실이 복도 끝에서 오찬장 입구를 마주하고 있고 유리창이 달려있어 문이 열리면 오찬장을 볼 수 있는 점도 유리한 정황으로 꼽았다.
한 전 총리가 서랍에 돈을 넣고 나간다면 오찬장을 먼저 나간 사람과 마지막에 나간 사람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생겨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과 배치된다는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서랍에 돈을 넣었더라도 이를 다시 회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등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라고 변호인들은 보고 있다.
현장검증을 주관한 재판부도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오찬장 좌석 배치를 확인하는 등 나름대로 수확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한 전 총리가 가장 안쪽에 앉고 주빈(主賓)인 정세균 전 장관은 그 좌측에,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의 맞은 편에 앉았던 것으로 정리됐다. 정 전 장관의 맞은 편에는 강동석 전 장관이 앉았다.
도면에는 있지만 사진이나 영상이 없어서 구체적인 형태를 알기 어려웠던 드레스룸의 크기와 구조 등도 확실히 파악했으며 재판 당사자들이 공관 각 지점에서 시야나 거리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다만 참석자들의 퇴장 장면 재연은 실시 주체에 따라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고, 이동 속도나 위치 등이 정확한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이 부분에는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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