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장남, 연철호씨와 함께 박연차 회장 찾아갔다"

2009. 4. 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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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이재웅·조근호·조기호·심훈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장남 건호씨(36)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와 함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을 찾아 갔다는 진술이 나와 파문이 일 전망이다.

특히 건호씨가 박 회장을 찾아간 시점은 연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송금받기 전인 것으로 알려져 이 돈의 성격과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여부를 놓고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박연차 회장은 비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나를 찾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들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매개로 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연차 회장은 이와 관련, "500만 달러를 송금하기 직전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돈을 줘도 되냐'고 물어봤고, 정 전 비서관이 '보내라'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계좌로 송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휴직 뒤 미국에 유학 중이었던 건호씨는 2007년 12월 중순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입국한 뒤 지난해 1월 중순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건호씨가 일시 귀국한 시기는 연씨가 박 회장에게 투자명목으로 500만달러를 요청하고,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힌 때와 일치한다.

연씨 측은 500만 달러 의혹이 불거진 뒤 "2007년 12월 박 회장과 접촉해 투자를 요청했고 이듬해 2월 하순 박 회장으로부터 홍콩계좌를 통해 500만 달러를 송금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500만 달러 거래가 박 회장과 연씨 사이에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건호씨가 동행했다는 진술이 새롭게 등장함에 따라 이 돈이 과연 누구의 돈인지,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연씨가 홍콩 계좌로 받은 500만 달러가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 기착지'일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500만 달러의 성격과 노 전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해명과 말바꾸기가 잇따르면서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

문제의 500만 달러에 대해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봉하마을의 화포천 생태 복원을 위한 개발 자금이라고 주장하자 연씨는 창투사를 설립할 목적으로 받은 돈이라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한 의혹이 처음 불거지자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은 최근 "열흘 전쯤에야 노 전대통령이 돈 거래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청와재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쯤 알았다"고 해명했고 노 전 대통령도 7일 비슷한 맥락의 해명을 내놓았다.

또 정상문 전 비서관은 지난달 말 CBS와의 통화에서 "2007년 말부터는 신성해운 사건에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돈이 오가는 시점에 박 회장과 통화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07년 8월 박 회장과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과의 3자회동 뿐 아니라 연씨에게 500만 달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6일 오후 홍콩 사법당국으로부터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의 계좌 내역을 입수함에 따라 500만 달러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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