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자진신고 '헛손질'

2008. 10. 23.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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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침 혼선·위법 기준 애매적발 쉽지않아…신고 실적 미미

"위에서 자진신고를 받으라니까 받고는 있는데, 정말 애로가 많습니다."

공무원들 쌀 직불금 자진신고 기한을 27일로 연기한다는 행정안전부 지침이 내려온 22일 오후 광주시 감사실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징계로 이어질 일을 스스로 신고할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부당 수령자를 솎아내는 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전수조사해서 적발하면 될 것을 왜 자진신고 하라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 자진신고가 겉돌고 있다. 신고 대상 공무원 등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오락가락한 데다 위법 수령 기준조차 애매모호해 일선 자치단체에는 처벌 수위 등을 묻는 문의 전화만 빗발칠 뿐 실제 신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자진신고 사흘째인 이날까지 신고는커녕 문의 전화조차 거의 없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시 본청에 접수된 자진신고는 2명에 그쳤고, 대구시 본청 5명, 부산시 본청 17명 등 대부분이 신고실적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같은 미미한 신고실적은 예견된 일이었다. 끝까지 신고하지 않고 버텨도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행안부 간부가 위법 공무원에 대한 문책 기준이 조사 후 여론 추이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까지 밝힌 바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자진해서 처벌해 달라고 할 공무원이 얼마나 되겠냐"고 말했다.

정부의 자진신고가 졸속으로 추진된 것도 한 원인이다. 행안부는 당초 공무원 본인과 직계 존ㆍ비속이 직불금을 받은 경우 신고하도록 지침을 마련했다가 불만이 높자 '직계 존ㆍ비속이 공무원과 세대를 같이 하는 경우'로 대상을 축소했다. 행안부는 이 같은 변경 지침을 21일 오후와 22일 오전 각 자치단체에 전화로 통보했다.

그러다 보니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신고 범위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실제 광주시와 동구는 "정식 공문이 아닌 구두통보는 따를 수 없다"며 종전 지침대로 신고를 받거나 신고접수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지침과 달리 모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불금 관련 신고를 하도록 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공무원은 "직불금을 받지 않아 신고할 필요가 없는데도 '해당 없음'으로 신고하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냐"며 불쾌해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진신고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직원 박모(40)씨는 "쌀 직불금을 준 곳이 있는데 받은 사람한테 신고하라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라며 "직불금 준 곳에서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민을 상대로 조사하고, 행안부와 각 지자체는 신고를 받아 교차 확인을 하기 때문에 전수조사나 마찬가지"라며 "각 기관에서 넘겨받은 직불금 수령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당 수령자를 확정,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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