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韓美FTA 입장 모종 변화 조짐

2008. 11. 1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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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처리" 흘리며 '재협상'엔 입닫아與圈 "국익을 고려해 톤다운 해달라"재협상론자 염두 기정사실화 쪽으로

"사실이지만 국익을 고려해 톤 다운(tone downㆍ보도 수위 조절) 해달라."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9일 오바마 당선자의 측근이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처리'를 요청했다는 보도(본보 8일자 1면)에 대해 추가 확인에 들어가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국익론'을 개진했다.

사실이지만 미 차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와 우리 통상관계자가 내밀하게 주고받은 얘기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외교적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행간을 읽어야 한다, 행간을…"이라며 한미FTA 연내 비준론을 설파했다. 오바마 당선자 측이 마냥 한미FTA의 재협상론을 밀어붙이기에는 조약파기라는 외교적 부담, 실제 미국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이 연내 비준으로 한미FTA를 기정사실화 하기를 오바마 당선자 측이 내심 바라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해석이자, 이 정보를 보고한 통상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우리 통상관계자가 오바마 측의 연내 비준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부인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시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오바마 당선자가 재협상론을 철회했다거나 측근들이 모두 연내 비준을 희망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전히 재협상론자들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재협상과 관련해 중대한 기류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이런 변화를 읽은듯한 언급들이 눈에 띈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측의 연내 비준 요청은 다소 과장된 것 같다"면서도 "비서실장 내정자인 램 이매뉴얼이 올 여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레임덕 세션에서 빨리 비준하자는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바마 측 인사라 해서 전부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미국 민주당도 진보, 중도, 보수파가 있는데 중도, 보수파에서는 계속 자동차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측근 중에서도 보수적이어서 '오바마 콘(conservative)'으로 불리는 고든 플래이트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이 "한번도 자동차 재협상을 미국에서 거론한 적이 없는데 왜 한국이 먼저 자꾸 재협상하는 모르겠다"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바마 캠프의 프랭크 자누치 한반도팀장도 최근 한국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오바마는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니라 친(親) 무역주의자"라고 말한 대목도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은 오바마 당선자 진영의 기류 변화를 기정사실화 하자는 입장이다. 오바마 당선자 진영의 재협상 불가론자들을 지원하는 길이 한미FTA 비준안의 연내 처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비준을 미룰 경우 오바마 당선자 주변의 재협상 강경론이 득세할 수 있고 그런 상황 전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권의 고위관계자가 "국익을 위해 미국과도 한 판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재협상론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런 당위론을 여야가 공유하기 위해서는 오바마 당선자의 기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야당과 공유하고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한미FTA 비준안이 상정되는 이번 주가 여야 정치권의 지도력을 가늠해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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