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 판타지 씌운 '강변 투기'..뉴타운 악몽 넘실

2011. 4. 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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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쏟아 부실사업 우려 개발로 환경파괴 불보듯 국외도시 모델로 눈속임 야당선 "선거용" 의구심 4대강 수변신도시 논란

[한겨레]

정부가 구상중인 4대강 수변신도시 계획안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4대강 주변지역 도시개발 모델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이다. 당시 4대강 주변지역을 골프장, 마리나, 위락시설, 전원주택단지 등이 들어선 전원도시, 관광레저복합도시, 첨단산업복합도시 등으로 개발하려는 수공의 조감도가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돼 막개발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국토해양부가 수변신도시 조성의 모델로 든 외국 도시들은 말 그대로 자연친화형 도시들이다. 나름대로 그럴 만한 조성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 정부가 소규모 수변마을 모델로 든 스웨덴 함마르뷔는 과거 항만처리시설과 폐기물 매립장이 밀집했던 곳이다. 1998년부터 친환경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생태친화적 도시로 탈바꿈했다. 스톡홀름 남쪽 호수 건너편에 있는 오염된 공장지대를 1992년부터 생태계획도시로 재개발했다. 1단계 공사가 완료된 현재 7000가구 1만9000여명이 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스터 시티는 샌프란시스코만 중간쯤에 있으며, 1024만㎡에 인구 3만명 규모다. 1960년 개발을 시작해 2003년 완공됐으며 매립지 재개발을 통해 휴양도시를 조성했다.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리버워크는 20년대까지만 해도 잦은 강도 사건과 강물의 범람으로 지역의 골칫덩이였다. 강이 범람하지 못하도록 배수구를 만들고 강 주변을 상업지역으로 바꾼 뒤 강을 따라 고급 호텔과 상점 등이 들어서면서 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 외국의 사례는 그 나라 그 장소의 역사적·지역적 특수성이 있는데, 이와는 전혀 사정이 다른 4대강 사업에 가져다 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포스터 시티나 함마르뷔 매립지는 장소의 재활용 필요성이 강했던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샌안토니오 리버파크는 과거 우범지대여서 도시관리 측면에서 정화할 필요가 있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국외 수변도시는 각기 특성에 맞는 특수관리 필요성이 있었기에 정책 에너지가 집중돼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고 오히려 거대 부실사업의 짐을 후세에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파괴를 부르는 것도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강변에 수만명의 인구가 몰리고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서면 수질오염 가중 등 여러 환경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현실 적합성 여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국의 미분양이 넘쳐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부실로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도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른 대규모 신도시 개발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쪽은 "(수변 신도시) 구상은 실제 개발과정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야당에선 정부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애드벌룬을 띄우기 위한 '선거용 판타지'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재미보고 이미 실패로 확인된 뉴타운 사기극을 다시 4대강 주변에서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공항 같은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수요도 없는 지역에 개발심리를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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