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기업 '나눔' 외면에 실망"..친기업정책 변화 오나

전용기 2010. 7.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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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대기업, 중소기업 상관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 과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최대 실적을 거둔 대기업들이 '나눔'에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대기업에 '상생'을 독려하고 나섰다. 상생의 결과도 직접 챙겨볼 기세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이에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는 정책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李 대통령, 친기업 정책 변화 조짐26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달라진 친 기업 정책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22일 미소금융 현장방문에서다. 이 대통령은 캐피털 금융사의 고 금리를 비판하면서 좀처럼 쓰지 않던 '재벌'이라던 단어까지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큰 재벌에서 이자를 일수 이자 받듯이 이렇게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안 맞지 않으냐"면서 "내가 현장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과 똑같다"고 자책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친 기업 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래전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 철폐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고사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현금 보유량이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일자리 창출을 외면해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제8차 녹색성장 보고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사전보고 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발전 양상 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산업정책을 기본부터 다시 잘 보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되고 대기업에 맞는 투자 영역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중견기업도 큰 기업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과거의 성장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부품 소재 분야도 중소기업이 열심히 해놓은 것을 가로채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발전을 위한 2가지 대원칙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우수 중소기업의 독자적 영역 보전'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 공정거래 질서 확립 본격화정부도 이에 발맞춰 산업 및 기업 정책을 기초부터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경제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위가 올 하반기 적극적으로 시장조사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달 '201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이미 내용이 공개됐다. 대표적인 정책이 공정위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대·중소기업 거래질서 확립조사단'을 구성해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가절감을 위해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강요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대기업의 거래 관행을 정부가 나서서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공정위가 앞서 나가고 대기업과 중기의 동반발전 전략은 재정부, 지경부 등이 만들어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전략은 이 대통령이 '산업생태계'라는 국가 전체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지경부는 현재와 같이 대기업에만 경제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면 '도요타 사태'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경환 장관은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1차 협력업체까지는 그런대로 신경을 쓰는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2, 3차 협력업체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도 새로운 산업생태계 전략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동반 성장론'에 입각해 '3불 선언'을 발표한 KT의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최근 중기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는 것을 없애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기와 경쟁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3불 선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여당도 친서민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경제구조와 금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당에 서민경제·금융구조개선특위를 둬 잘못된 경제·금융구조를 연말까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김규성 김시영 전용기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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