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홍준표 처조카 뽑을 때..3일만에 초스피드 채용
[한겨레] 4년간 딱 1명 뽑은 정규직…채용과정도 의문투성이
신규 1명 채용계획 보고한 당일, 입사지원서 제출
엘에이치(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4년 동안 딱 1명 뽑은 정규직 직원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처조카였다는 보도( ▷ LH공사 4년간 딱 1명 뽑은 정규직…알고보니 '홍준표 처조카'였다)와 관련해, 엘에이치 공사의 채용 과정도 의문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엘에이치공사가 홍 대표의 처조카를 채용하면서 회사 내부의 신규 인력 1명의 채용 계획을 보고하고 회사 인사위원회의 심의와 사장의 최종 결재까지 단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26일 엘에이치 공사가 제출한 홍 대표 처조카 채용 과정에 대한 해명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홍 대표의 처조카 ㅊ(29)씨를 처음 촉탁직으로 채용했던 부서인 택지계획처는 2008년 2월19일 본사 인사관리처에 '직원 충원 요청' 공문을 보냈다. 경기도 파주와 의정부 지역의 보상업무에 차질이 예상돼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엘에이치 내부 자료를 보면, 채용 대상에 대한 인사위원회 심의는 그 다음날인 2월20일 서면으로 의결됐다. 또한 서면 의결 다음날인 2월21일 곧바로 사장 결재를 통해 채용이 확정됐다. 해당 부서에서 직원이 부족해 본사에 공문으로 충원을 건의한 뒤 실제 해당 직원이 채용되기까지 불과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별다른 직원 채용 공고조차 없었는데 ㅊ씨는 택지계획처가 본사에 인력 충원을 건의한 당일 이력서와 입사지원서 등을 제출한 것이다. 엘에이치 쪽과 미리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면 채용 구조상 도저히 불가능한 일정이었던 셈이다.
ㅊ씨는 2008년 2월21일 이처럼 도시개발단 촉탁직으로 채용된 뒤 1년3개월만에 5급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또 1년7개월만인 지난해 12월 4급 대리로 승진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ㅊ씨의 채용 과정 탓에 홍 대표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홍 대표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8년 10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듬해인 2009년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끈 바 있기 때문이다.
엘에이치공사는 또 강기갑 의원실에 제출한 해명자료에서 "홍준표 대표 처조카의 촉탁직에서 일반직 전환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전 인사규정에 따라 시행한 것으로 통합 이후에는 시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모든 인사운영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행하여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엘에이치공사는 강 의원실에 구두로 "채용 당시 관련된 사람들을 찾을 수 없어 정확한 채용 경위는 모르겠다"고 해명했다고 강 의원실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강 의원실의 확인 결과, 당시 인력 충원 건의를 하고 ㅊ씨를 채용했던 택지계획처장 ㅇ씨는 현재 공사 보금자리개발 상임이사이고, 채용을 심의했던 인사관리처장 ㅇ씨도 공사 국토주택정보처장 등 요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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