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2억 터진 날 '소망교회' 박태규 슬쩍..

2011. 8. 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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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절묘한 타이밍'에 부산저축핵심로비스트는 '관심 밖'

한나라 의원조차 "검찰이 정권교체 일등공신 반열 들어갈듯"

하필 28일이다.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자진 입국해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은 날이 말이다.

박씨는 20년 넘게 소망교회를 다닌 집사로 여권 실세들과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병우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29일 "그간 범죄인 인도청구 하고, 캐나다 이민국·캐나다 연방경찰의 협조를 얻어 강제 송환을 추진해왔고, 국내 지인 및 변호인을 통해 자진 귀국을 설득해왔다"며 "체포영장을 집행해 현재 조사중이다"라고 밝혔다.

대검 수사기획관이 박태규의 조사 사실을 밝히기 하루 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2억을 건넸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루 전 언론을 통해 검찰 발로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곽 후보가 단일화하기로 하면서 후보에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1억원 이상을 건넸다는 의혹이 보도된 바로 다음날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정권의 보복"이라고 했다가 하루 뒤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다. 대가성은 부인했다.

모든 언론과 세상의 관심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으로 몰렸다. 서민의 돈을 휴짓조각으로 만든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조사는 이미 관심 밖이다.

시기가 참으로 절묘하다. 여당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조차 26일 트위터에서 "작년 교육감 선거관련해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 주민투표직후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절묘한지. 만약 수사가 지지부진하면 검찰 역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 반열에 들어갈듯. 아니 이미 여러차례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으니…"라고 말했다. 그는 "제 말의 요체는 타이밍"이라며 "시장선거를 망가뜨리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죠"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기획수사·표적수사 의혹은 '타이밍'에서 촉발한다.

검찰의 표적·기획수사가 선거를 전후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주요하게 거론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2009년 11월 '5만달러 수수설'이 검찰에서 흘러나왔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한 달만에 체포영장 청구·발부·강제구인·불구속 기소로 이어가며 속도를 냈다. 이듬해 선거정국 내내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재판이 이어졌고 그해 4월, 1심에서 곽영욱 대한통운 전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났다.

물론 곽노현 건과 한명숙 건은 다르다. 한명숙 전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실제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일단 돈을 준 사실은 인정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밝힌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검찰의 말이 절반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은 법률을 떠나서 상식과 경험칙에 의해서 판단하는데, 10년 이상 시민운동을 했던 제가 뒤통수 맞은 것 같은 기분인데 국민은 오죽하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검찰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며 "한명숙 전 총리 때처럼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엄정함을 가장해 실질적으로 국민의 주권행사까지도 좌지우지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검찰의 수사속도와 수사능력은 사안에 따라서 고무줄이다. 오늘의 권력에 대해서는 무딘 칼등이지만, 지나간 권력과 권력밖에 있는 자들에게는 비수보다 예리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보자. 당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두 달 넘게 수사했지만 사찰착수 경위, '윗선', 당시 총리실 컴퓨터를 아예 통째로 없애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한 주범 등은 확인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결했다. 수사결과 발표도 약식브리핑으로 대충 넘어갔다. 총리실 압수수색은 수사의뢰를 받은 지 나흘이 지나서야 착수해 증거인멸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급했다, 'BH 지시사항 메모' '청와대에 정기적 업무보고' 등 청와대 연루를 시사하는 증거들을 찾고서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 등의 이유로 '윗선' 찾기는 관뒀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7명만 기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회사인 효성 수사도 마찬가지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맏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고가 콘도를 사들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 수사가 지연되면서 핵심 공소사실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44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는 이때문에 법원 소송 절차가 종결되는 면소 판결을 받았다. 2009년 국정감사 당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효성 관련 대검 첩보 보고서를 공개하며 "검찰이 2006년부터 조 사장의 범죄 첩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늑장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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