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월드컵과 정치] 남아공發 훈풍.. '득실 계산' 바빠진 정치권
국가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첫 승으로 국민적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도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해졌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국정지지도나 7·28 재·보궐 선거, 또 거물급 정치인들의 미래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경사 있으면 국정지지도 올라=정치권이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대표팀의 선전에 따른 '굿뉴스 효과'다. 이는 국가에 좋은 일이 있으면 대체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집권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반대로 야당의 지지도는 떨어지는 경향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대 초반에서 갑자기 51.9%(여의도연구소 2009년 12월 30일 조사)로 껑충 뛴 경우다. 또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4 남북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뒤 국정지지도가 21.9% 포인트 급등해 46.9%가 된 사례(YTN 2007년 10월 8일 조사)도 비슷한 경우다.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권택용 여론조사팀장은 13일 "나라에 좋은 일이 있으면 국민들의 행복감이 증대되고, 불만은 감소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특히 월드컵은 다른 국가적 행사보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 뿌듯함 같은 것을 더 많이 키워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거리응원전이 '국민 단결 효과'를 가져와 역시 국정지지도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내다봤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일시 올랐던 것도 국민적 단결 효과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첫 승의 분위기와는 달리 16강 탈락 등의 결과가 나올 땐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정반대 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물급 정치 행보에도 영향=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7·28 재보선을 통해 컴백을 준비 중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정 전 대표는 현재 남아공에서 2022년 우리나라 월드컵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선수단의 성적이 좋을수록 유치활동도 유리해진다고 한다. 이를 통해 실제 올 12월에 개최국으로 선정되면 내년부터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에 큰 도움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로선 7·28 재보선이 지방선거 참패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적 경축 분위기가 장기화되면 정권심판 선거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서울 은평을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 이 위원장이 선거를 보다 쉽게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아직 멀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안들 희석 우려도=월드컵으로 인해 주요 현안이 묻힐 것이란 우려도 많다. 당장 14일부터 나흘간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지만 질문 기회를 어렵게 얻어낸 의원들조차 "하나마나한 대정부질문이 될 것 같다"고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또 '스폰서 검찰' 문제나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특위와 국정쇄신 문제,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논란 등도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국민들이 축구를 볼 동안에 여권이 국정 쇄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7월 재보선 때 여권이 또 한번 엄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손병호 강주화 기자 bhson@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