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강도' 발언에 폭발한 박근혜

2010. 2. 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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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한집안에 있다가 강도로 돌변한 사람'으로 비유했다. 이 대통령이 '강도'라고 발언한 것을 하루 만에 크게 되받아쳤다. 청와대는 발언 파문이 커지자 해명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번 '강도 논쟁'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말을 아끼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발언할 때도 차분하고 절제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10일 기자들을 만났을 때는 격앙됐기 때문인지 목소리가 떨렸고 매우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이 9일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자신을 겨냥해 암묵적 공격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과거 무너져가던 한나라당을 자신이 일으켜 세웠다는 것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 사건이 있었고 여러 약속을 했으며 그 약속의 과정은 국민이 더 잘 아신다. 그때 한나라당에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국민께 호소했고 약속을 잘 지키는 한나라당이 되겠다고 해 정권 교체까지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 면목이 없고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친박계에선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을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부각시켜 얘기한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을 앞세우기 싫어서인지 그 시절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10일 과거 역사를 얘기한 것은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자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이날 박 전 대표 발언이 기존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거의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평가한다.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운명을 결판 지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세종시 발언을 본격화하고 강도를 높여왔다.

1월 7일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는 "(세종시)원안이 배제된 안에 반대한다. 당론으로 정해져도 저는 반대"라고 말해 미리 쐐기를 박았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한 다음날인 1월 12일에는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키라는 뜻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파문 수습에 나섰다. 친박 측과 전선을 확대하는 게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는 물론이고 향후 국정 운영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강도' 논쟁에 대해 "(이 대통령 발언은)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부터 '화합해야 한다'는 뜻으로 수없이 많이 해온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충북 업무보고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오늘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얘기했지만, 지자체장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사실 정우택 지사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또 "사실 이것(세종시)은 노무현 전 대통령 유산 아니냐. 왜 우리끼리 이것을 가지고 이러느냐. 논의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친박계 인사들 비판이 '사실'이 아닌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마치 대단한 결기를 보이는 것처럼 하는 것도 매우 온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저녁 재외공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만찬에서 "어느 시대든 크든 작든 장애는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장애를 핑계 삼아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절에는 더 큰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어떤 장애라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 언급은 세종시 문제 등으로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본인 심경을 담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말한 '강도' 부분은 강도 이야기가 나와서 일반론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심지어 특정 인물을 지목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진명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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