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없는 뇌물사건'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이세원 기자 =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한치의 양보 없이 뜨거운 법정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 사건은 검찰이 뇌물 공여자인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유력한 증거로 삼는 반면, 한 전 총리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점에서 뇌물 사건의 전형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를 상대로 한 뇌물 범죄는 물적인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뇌물 공여자나 제3의 전달자, 목격자 등 참고인의 진술에 의존하는 정도가 다른 범죄에 비해 훨씬 큰 편이다.
뇌물 사건에서는 수수자로 지목된 측이 특별한 동기나 확실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스스로 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별로 없다.
또 뇌물 범죄는 지능적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금품을 주고받은 뒤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범죄 사실이 사건 발생 후 상당한 기간이 흐른 뒤 불거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법정 공방도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둘러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주장이 맞서는 형태로 진행되며, 검찰이 뇌물 공여자나 참고인의 진술 이외에 유죄를 입증할 자료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도 변수로 작용한다.
법원이 뇌물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과 그 밖에 제시되는 유죄 입증자료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다.
곽씨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한 전 총리측은 이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법정에서 검찰은 곽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한 전 총리측은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점을 각각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 전 총리와 곽씨가 1998년 처음 알게 된 뒤 사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고 자녀 결혼식에도 참석했으며 고가의 외제 골프채를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는 점을 유력한 정황증거로 내세울 전망이다.
특히 물류 전문가인 곽씨가 석탄공사 사장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뒤 자신의 이력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고 이 과정에서 당시 산업자원부가 적극 나섰던 점도 석연치 않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억울한 누명을 덮어쓴 피의자들이 수사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결백을 호소하는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한 전 총리는 곽씨와의 대질신문에서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점도 검찰은 유리한 정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곽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말도 정확하지 않아서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 총리의 변호를 맡은 조광희 변호사는 "당시 총리 공관의 구조나 사람들의 빈번한 출입, 동선 등을 감안할 때 돈을 전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검찰 수사를 '정치공작'으로 규정, "짜맞추기 수사에는 일체 응할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공개된 법정에서는 당당하게 주장을 펴겠다는 계획이다.
검찰과 한 전 총리측이 곽씨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펴는 가운데 검찰이 유죄 입증을 위해 어떤 추가 자료를 내놓을지, 한 전 총리측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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