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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론 물 건너갔다” 친이도 회의론

‘대리전’으로 명분·주도권 상실…“전략 실패” 비판론
국민투표 주장은 ‘국론 분열’ 정치 논란만 증폭시켜

경향신문 | 김광호기자 | 입력 2009.11.03 18:25 | 수정 2009.11.03 18:31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세종시 수정론을 주도해온 한나라당 친이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정론 이후 여권 내부의 친이·친박 계파 대결이 분출하고, 여야 전선이 선명해지는 등 정치적 논란만 커지면서다. 내용은 없이 계파별 이해에 따른 주장이 난무하는 백가쟁명의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 일각의 '국민투표' 주장은 국론분열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그 결과 수정 필요성은 차치하고 전략적 접근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정운찬 총리(왼쪽)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성일기자

수도권 친이계 한 의원은 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내용이 없는 싸움을 하다 보니, 수정을 반대하는 쪽에 일방적으로 깨지고 있다"면서 "향후 정치적 과정 등을 아무리 시뮬레이션 해 봐도 이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후의 수단이래야 (친박과) 갈라서는 것일 텐데 그러면 해결은 더 안된다. 여론 흐름이라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불리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친이계 한 초선의원도 "이젠 어쨌든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이계 성향의 한 핵심 당직자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론을) 꺼내면서 갈등만 극대화 됐다, 오히려 어려워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심을 설득할 대안을 갖지 못한 채 '대리전' 등 정치적으로 시작되다 보니 정치논쟁의 명분과 주도권을 상실했고, 그 결과 정치지형상 세불리에 빠졌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전략의 실패"이고, 사실상 박 전 대표가 반대하는 '행정부처 이전 축소'는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인 셈이다.

실제 여권 친이·친박 간 편가름 등 세종시 열병은 격심해지고 있다. 서로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긋지만, '분당'이란 단어까지 어른거린다. 사무부총장직을 사퇴한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에서 수도권에서 패배하고 충청권에서도 1만표 가까이 졌다.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여권 주류를 힐난했다. 친이계 강승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원칙 강조도 이해하지만 시대적 상황이나 좀더 효율적 방법을 갖게 된다면 논의가 다시 있을 수 있다"고 맞섰다. 뉴라이트 계열의 서경석 목사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자기가 잘못 약속하고 이제 와서 바꿀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논쟁에 가세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말로만 공방을 하다 보니 질서 있는 논의가 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친이계가 이 같은 곤경의 돌파구로 꺼낸 국민투표론도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일제히 국민분열책이란 비판에 직면하면서다. 정치권내 해법이 막히자 지역별 이해가 엇갈리는 여론몰이를 통해 풀어보려는 마지막 '극단적' 카드인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충청권 인구가 얼마 되지 않으니 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아주 불쾌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헌 의원은 "국민을 도구나 수단쯤으로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총리실 고위관계자도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일 경우 하도록 돼 있다. 설혹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분열"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민투표 전망도 당초 수도권 민심을 업으면서 세종시 수정 찬성이 조금 앞서던 여론 흐름이 갈수록 역전되는 추세여서 불리한 양상이다.

< 김광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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