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끝나자 '북미'대화 시동..긴박한 한반도

노효동 입력 2011. 7. 24. 16:27 수정 2011. 7. 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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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재개 무게중심 남북에서 북미로 이동

美 대응수위 주목..한미 '역할분담' 꾀해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성사되기 무섭게 북미대화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외교를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뉴욕 방문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ㆍ미 외교당국은 "최종 결정이 안났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으나 북핵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를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8일께로 예상되는 김 제1부상의 이번 방미가 현 정세흐름에서 갖는 의미와 상징성은 자못 크다.

우선 북미 대화를 공식 재개하는 신호탄이다. '트랙 투'인 민간 연구기관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방문 형식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미국이 북한 고위급 인사의 본토방문을 '승인'한 것 자체가 북미대화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풀이다.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남북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만들어진 6자회담 재개 동력을 북미대화 쪽으로 끌어가려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풀이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에서 '관여(engagement)'로 점차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우라늄농축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고 북한이 추가도발로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상황인식 속에서 북한과 일정한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과의 G2(주요 2개국) 차원의 컨센서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의미는 3단계 접근방안으로 대변되는 6자회담 재개흐름이 남북대화의 '페이지'를 넘겨 북미대화 국면으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는 점이다.

아직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병행하는 국면이지만 22일 남북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조기 종영'되고 북미대화 쪽으로 힘의 중심이 쏠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남북대화를 '통과의례'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장(場)으로 활용하려던 우리 정부로서는 운신 폭이 좁아지고 정세운용의 이니셔티브를 주로 '한ㆍ미 공조'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번 방미는 한반도 정세의 시계를 6자회담 재개가 물밑 모색되던 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 이전으로 되돌리는 상징성도 있다.

사실 김 제1부상의 방미는 그 자체로 새로운 카드는 아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09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 추가 북미접촉이 필요하다는 6자 내부의 공감대 속에서 대두된 아이디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김 제1부상의 방미 카드는 물거품이 됐다.

따라서 김 제1부상의 뉴욕 방문이 성사된다면 6자회담 재개흐름이 '본궤도'에 오르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에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회동할 경우 2009년 평양 방문에 대한 '답방'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의 시선이 김 제1부상 방미에 집중되고 있으나 정확한 방미일정과 동선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있다. 김 제1부상의 방미는 지난 2007년 3월1~7일 뉴욕 방문 이후 4년4개월만이다.

현재로서는 출발시기가 28일께, 이동경로는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北京)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뉴욕으로 향하는 코스가 예상된다. 초청주체는 지난해 3월 방문 초청을 했던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소사이어티 등 민간 연구기관들로 알려져 있다.

미 국무부가 승인한 비자에 방문지역이 어떻게 설정됐는지는 미지수이지만 뉴욕으로 제한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외교소식통은 "김 제1부상이 수도인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아직 북미관계가 그 정도로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방미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 이상의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둘지 여부다. 우선 미국이 일단 북한과 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과연 어떤 내용과 수위로 북미대화에 응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문제와 추가도발 방지, 그리고 대북 식량지원과 같은 인도적 사안이 긴급현안으로 부각돼 있으나 워싱턴 내에서는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소극적으로 바라보는 기류가 온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긴밀한 공조파트너인 우리 정부가 한미 간 역할분담과 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대화는 '용인'하되 남북과 북미를 적절히 혼용하는 속도조절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선행조치들을 견인해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 제1부상이 이번에 방미하더라도 북미가 서로를 탐색해보는 '제한적 북미대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핵화 회담으로 남북 당국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는 했으나 순수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돌아갈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의 선결조건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태도표명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큰 틀에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의 한복판으로 진입하는 흐름이어서 북미대화의 결과에 따라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 쏠리던 북핵 외교가의 시선은 이제 워싱턴과 뉴욕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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