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속부양정 우리가.." 남북한 '무례나' 전쟁

모스크바=정병선 기자 bschung@chosun.com 2011. 4. 2. 1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urena〈러시아어로 뱀장어〉조수간만 차 크고 갯벌 많은 서해에서 고속 상륙침투 가능

공기부양정 '무례나' 제원

·만재 배수량: 약 150t

·길이: 31.6m

·폭: 14.8m

·레이더: 항법레이더

·무장: AK630 2문

·엔진: PR-77 가스터빈엔진 2기(리프트팬 2기, 추진팬 2기)

·수송능력: 병력 130명, 화물 24t

·속도: 최대 55노트(약 102㎞/h)

·항속거리: 약 370㎞

·승조원: 약 12명

북한이 보유 중인 130여척의 공기부양정(LCAC·Landing Craft Air Cushioned)이 최근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가운데 남북한이 러시아제(製) 최첨단 공기부양정 '무례나(Murena·러시아어로 뱀장어)' 확보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한이 동일 첨단무기를 놓고 도입 경쟁을 벌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모스크바에서 만난 한 러시아고위 국방 관계자는 "남북한이 '무례나'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러시아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쟁 가능성이 대두된데다 서해에서 해상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남북 모두 '무례나'의 필요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며 국방 관계자의 발언을 확인해주었다.

현재 우리 군은 '무례나' 3척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한 척도 없다. 우리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러시아 무기 도입사업인 '2차 불곰사업'을 통해 무례나 3척을 도입했다. 우리 해군관계자는 "수교 당시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을 현금 대신 무기 등 현물로 돌려받는 '불곰사업'에 따라 육군과 공군은 'T-80U'전차나 'BMP-3'장갑차, 'T-103' 초등훈련기, 'HH-32'헬기 등 다양한 러시아제 장비를 도입했고 해군은 '무례나'를 선정했다"며 "내부 검토 결과 가장 우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1990년대 들어 미 해군의 고속상륙정 'LCAC'를 참고해 '솔개-I'(LSF-I)라는 국산 상륙정을 개발, 건조했지만 기대했던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며 " '무례나'는 해군 최초로 실전 배치된 공기부양식 상륙정으로 운용부대에서도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무기 전문가 J씨도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무기 중에서 '무례나'가 최고"라고 말했다.

'무례나' 도입을 위한 북한의 움직임은 최근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은 '무례나' 수입을 러시아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북한은 '무례나'를 모방해 자체 개발한 공기부양정(공방급) 130여척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례나'에 비해 기동성과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분석하에 최근 다시 '무례나' 도입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미 기존 공중부양정의 핵심 부품을 러시아로부터 지속적으로 조달받아 온 북한이 최근 부품 조달을 장기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무례나' 확보에 적극적인 우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윤종구 전 러시아 국방무관(예비역 해군 제독)은 "북한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부양정에 비해 우리 해군의 보유 척수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북한이 서해상에서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고속 기습 침투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례나' 같은 공기부양정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례나'를 제조하는 러시아의 방산도시는 하바로프스크 북쪽의 콤소몰스크 나 아무례. 아무르강 상류에 있는 이곳은 외국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다. 2002년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곳을 직접 찾은 것도 북한 군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부품이 아닌 '무례나' 완제품의 도입을 희망했으나 좌절됐다.

현재 남북한의 '무례나' 도입전쟁은 완제품 도입과 부품 도입의 두 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외교와 국방 분야 전문가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최근에도 우리의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가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북의 군 관계자들도 비밀리에 러시아 국방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례나 확보전이 가열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다. 서해상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무기가 '무례나'로 밝혀지면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많은 서해상에서 고속 상륙 침투가 가능한 유일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례나'를 도입해도 아킬레스건(腱)이 있다.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여부다. 세 번째 '무례나'가 인도된 2006년 이후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소모품과 핵심 부품에 대한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의 전력 유지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나마 미국 업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도입해왔던 일부 소모품(700만달러 분량)마저도 최근 러시아 무기수출회사 로스아바론엑스포르트가 공급을 중단하면서 '무례나' 부품의 국내 도입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그 때문에 해군은 현재 '무례나'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피격 이후 '무례나'가 절실한 해군 운용부대는 고민에 빠졌다. 해군 관계자는 "당장 기동은 가능하지만 전력을 극도로 활용할 만한 작전 전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작전 중 동력장치 등 핵심 부품이 고장 날 경우 제대로 대체할 수 있는 부품이 없고, 일부 핵심 품목은 돌려막기 식으로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례나' 제조사에 따르면 프로펠러 등 핵심 부품은 통상 6개월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해군 운용부서에서는 일찌감치 프로펠러 등 핵심 부품을 방위사업청에 요구한 상태다.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 '무례나' 부품 도입은 운용부서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최근 부품 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무례나' 추가 도입을 전제로 부품도 추가 도입을 하는 일괄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차 불곰사업' 재개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달라진 러시아의 입장이다. 현재 러시아는 남북한의 상황을 이용, '무례나'와 부품가 인상 등 철저한 비즈니스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현금 대신 무기 등 현물을 제공하고 싶어했지만 한국의 요구에 따라 현금으로 차관을 갚고 있는 마당에 당장 '무례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며 약세를 보이는 우리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또 러시아의 선택에 의해 공기부양정에 대한 남북한 해상 전력의 우위가 좌우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 남북 군사실무회담, 8일 판문점서 개최

  • "北, 핵폭탄 4~7개 제조 플루토늄 보유"

  • "북한, 미국 식량지원 재개땐 분배감시 수용 용의"

  • UN보고서 "북한, 영변외 핵시설 더 있다"

  • 北, 백령도 50㎞거리에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

  • "南, 현재 전력으론 '北 30분 상륙' 못 막아"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