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세변화 못읽거나, 외면하거나

2008. 11. 18. 08: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이 대통령, 워싱턴 간담회서 FTA·북핵 '아전인수식' 해석

오바마 'FTA 불공정' 언급 "선거때 무슨 이야기 못하나"

북 '선 핵포기' 갈등소지 큰데 "대미공조 철저…소외 안될것"

'세계는 변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대로!'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뒤이은 전세계의 경제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인식, 정책 방향은 요지부동이다. 이러면 국제무대에서 낙오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몇 가지 발언을 했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특파원이 물었다.

"에프티에이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문제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기네들이 철저히 검토할 것이다. 선거 때 한 발언을 근거로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온 이후 정리된 정책이 나왔을 때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다.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오바마의 발언을 '선거용'으로 치부한 것이다. 재협상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참 편리하다.

자유무역협정 '먼저 비준'에 대해서는, "미국 정권이 이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대통령이 말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도, "절차상의 문제로 볼 때 미국은 의회를 통과하면 법이 되고, 한국은 23~24개의 법안이 바뀌어야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할 때 선 통과시킨 뒤 미국과 협의한다"고 말했다. "우리 의회도 너무 여야간에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보다 여야가 은밀한 협력을 해서 절차를 밟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내부적으로 조용히 준비했다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가 먼저 비준해도 미국 의회를 움직이기 어렵고, 오히려 우리한테 자승자박이 되기 쉽다는 현실에 대해선 역시 고민이 없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느닷없이 한국 언론을 탓했다.

"자동차 재협상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많은데 한국 언론이 추측 보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그건 쓸 단계가 아니다. 정부의 뜻도 아닌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런 정보가 미국 정부에 올라갈 텐데 나는 안타깝다. 국회도 국민도 언급할 때가 아니다."

오바마 당선 이후 대미외교 구상에 대한 답변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오바마는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든 어떻든 한국과 철저히 협의하겠다는 생각을 중심에 갖고 있다. (나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본인이 먼저 북핵 해결에서 한-미 간에 철저히 공조하고 협의해서 하겠다고 분명히 전제하고 말했다. 부시 정권이 확답한 것보다도 더 분명하게 본인이 먼저 얘기했다. 그럼에도 혹자는 미국이 직접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면 한국이 소외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데, 외교 문제에서 한-미 관계가 과거와 같은 상황에 있으면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권이 바뀐 뒤 철저한 공조가 이뤄졌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도 남북 문제에서는 철저한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줄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한-미 관계가 나빴지만, 자신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좋아졌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복잡한 국제정치 현실을 자신과 미국의 관계 복원이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집권한 김영삼 정부 시절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와 심각한 마찰을 빚었던 일이나 이에 대한 우려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해서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와서 매년 국민을 남한테 얻어먹이는 신세를 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핵포기 먼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거칠게 표현하면 '핵포기 먼저, 협력 나중'이냐, 또는 '직접대화를 포함한 포괄적 해법 모색'이냐다.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가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오바마 캠프의 북핵팀장이었던 조엘 위트는 최근 <프레시안>에 보낸 글을 통해,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구함으로써 북한 핵문제의 '정치적인 뿌리'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포용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큰흐름과도 엇나가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shy99@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문근영 악플' 배후는 지만원씨?▶'고용보장' 약속 그후… 1988명 어디로?▶수소에너지 상용화, 위대한 발명인가 희대의 사기극인가▶아름다운 여체…그러나, 처연하다▶자연산이라 불린 광어의 고백 "나는 짝퉁"▶서울시교육청, '뉴라이트 역사특강' 추진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