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방문도 발언도 연일 '파격 서울시장'

입력 2011. 11. 6. 21:20 수정 2011. 11. 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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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원순, 방사능 지역 이어 노숙인 영안실 찾아

업무 보고땐 "새 청사 입주말고 임대하자" 제안

시 공무원들 '180도 다른 시장' 따라잡기 바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요일인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을 들렀다. 연고가 알려지지 않은 노숙인 홍아무개(38)씨의 주검이 안치된 지하 1층으로 갔다. 홍씨는 지난 4일 저녁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장애인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방사능이 검출된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방문에 이은 갑작스러운 비공식 일정이었다. 박 시장은 헌화·묵념으로 고인에게 조의를 표한 뒤 "아무 연고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한 사람에게 누군가 친구가 돼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노숙인 지원시설 관계자 등을 만나서는 '홍씨가 하루 전날 이 병원을 들렀다'는 보고를 받고 "홍씨가 외롭게 숨질 때까지 우리가 모든 책임을 다했는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일로 취임 11일째를 맞은 박 시장의 행보가 이전 서울시장들과 180도 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취임 첫날 서울지역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지원을 결재한 뒤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지원,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등 거의 날마다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조처'를 한가지 이상 꺼내보이고 있다. 박 시장의 공약 이행이 속도감을 보이면서 그의 추진력을 두고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를 이끌던 시절 '일벌레'로 통하던 그의 활동력이 마당을 만난 격"이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시민운동가 출신의 조급한 심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이도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을 맞은 서울시 공무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새 시장의 시정 철학을 이해하려고 박 시장의 책 10권을 한꺼번에 구입해 사무실과 집에 두고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시장들과 다른 업무 스타일도 소문을 타고 있다. 첫 결재 땐 직장인들이 쓰는 파란색 플라스틱 볼펜으로 서명했다. 전임 시장들은 값비싼 외국산 만년필을 애용했다. 간부회의 때도 부하직원들의 발언을 듣는 편이라고 한다. "한 전임 시장은 간부회의 1~2시간 내내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고위 공무원도 있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중요 자리를 독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누그러뜨린 양상이다. 박 시장은 인사 규모를 최소화하고 내년 인사로 미뤘다. 오세훈 전 시장이 취임 초기 측근 20여명을 요직에 배치해 뒷말이 나왔던 것과 대비된다.

박 시장의 발언이나 업무 방식을 낯설어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박 시장은 지난 5일 주택본부 업무보고에서 "건설중인 서울시 새청사에 (내년 5월) 입주하지 않고 임대를 줘서 빈곤층 주거 재원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간부는 "신청사 임대 발언이 엄청나 20여명의 간부 중 누구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는 "시장의 발언은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쪽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한번 내보자는 뜻에서 한 말이지, 따르라는 지시가 아니다. 아직까지는 시민사회 출신과 관료조직 사이의 체질 차이에서 발생하는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박 시장이 앞으로 공약을 본격적으로 이행하는 데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뉴타운 사업이 꼽힌다. 지난 4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을 점거한 시민 30여명은 박 시장을 만나 뉴타운·재개발의 전면중단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뉴타운 문제는 외부에서 본 것과 시장이 돼 앉아서 본 것 사이에 다른 것이 좀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뒤 "다시 만나겠다"는 약속으로 주민들의 발길을 가까스로 돌렸다.

이태수(35·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처음엔 지하철 타고 출근하거나 칼국수를 먹다 몇달만 지나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정치인을 자주 봤다"며 "시민을 섬기는 시정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윤영미 권혁철 엄지원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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