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폐지..대기업 규제 풀린다

2009. 3. 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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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대기업에 대한 사전적 규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논란 끝에 폐지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국회는 3일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기업집단 공시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출총제 폐지로 10개 기업집단에 속한 31개 대기업에 대한 투자규제가 당장 풀리게 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이들이 당장 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 10개 기업집단 투자제한 풀려출총제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그룹)에 속하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회사가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을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86년 12월 대기업집단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당시 자산총액 4천억 원 이상인 32개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을 제한하다가 1993년에는 자산총액 30대 기업집단으로 지정 기준을 변경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인수.합병(M & A) 제도개선을 계기로 출총제가 폐지됐다가 순환출자 등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간 출자가 문제로 지적되자 2002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을 대상으로 부활했다. 출총제는 이후에도 국제경쟁 체제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기업규제라는 지적을 받다가 2007년 4월에 현 수준으로 완화됐다.

이번 출총제 폐지로 삼성, 현대차,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한진, STX, 신세계 등 10개 기업집단 31개사의 투자규제가 풀린다. 원래 14개 기업집단 소속 543개 계열사가 출총제 대상이나 예외조항이 많아 실제로는 이들 기업만 적용을 받아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는 대표적인 사전적 규제로 이미 적용을 받는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새로 규제대상에 편입되는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폐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의명령제.전속고발제 폐지는 보류공정위는 대신 대기업집단의 주식 소유와 출자 현황,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현황 등을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출총제 폐지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도 냉혹한 시장의 평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일부 풀렸다. 자본총액의 200%로 제한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규제와 비계열사에 대한 지분 보유 한도를 5%로 제한한 규제가 없어졌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100%의 지분을 가져야 하던 것이 30% 이상으로 완화됐고 지주회사 전환 때 자회사 지분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 유예기간이 4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공정위는 추가로 일반 지주회사에 증권.보험 자회사를 허용하고 대기업이 만든 PEF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을 5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가 도입을 추진하던 동의명령제와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이 주장한 전속고발제 폐지는 모두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을 어긴 기업이 공정위와 협의해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면 제재하지 않는 제도로 국회에서 법 집행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동의명령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전속고발제 폐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가 갈등을 빚었다.

전속고발권제는 가격담합 등의 부당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공정위는 검찰의 단독 공소제기에 따른 기업활동의 위축을 우려해 존치를 주장해왔다.

◇ 대기업투자 활성화는 '글쎄'그러나 전문가들은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당장 투자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출총제로 인해 일부 기업은 투자에 제약을 받은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전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는데 많은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기업투자가 활성화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출총제의 적용을 받는 31개 대기업의 출자여력이 4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이 제도는 유명무실한 규제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현재 출자한도를 채운 기업은 STX조선, 한진에너지,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출총제 제한으로 인해 투자를 못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다.한편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선 소수의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출총제 폐지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고 소수 재벌 집단의 이익과 오너 중심 경영을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재벌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총제가 폐지되면 시장의 규율 공백상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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