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통일후 미래-해당지역 발전
행정타운 대신 교육.과학.기업도시 염두둔 듯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 대안 마련을 위한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로부터 세종시 관련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받은 뒤 세종시의 대안은 ▲국가경쟁력 ▲통일 이후 국가미래 ▲해당 지역의 발전 등 세 가지 기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현재의 원안(原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부처를 대거 이전시켜 `행정타운'을 만드는 대신 교육과 과학기술을 특화하고 주요 기업들이 거점을 둔 발전적인 미래도시로 만들려는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가경쟁력'이라는 기준부터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정부 부처를 서울과 충남으로 나눠놓으면 경쟁력과 효율성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다시 말해 `국가경쟁력을 고려한다면 행정부처가 수도 서울에 모여있는 게 좋다'는 의미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국가경쟁력은) 행정의 효율성이나 물류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 국가미래'라는 기준 역시 의미심장하다.
과거 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 때 한나라당의 반대 논리는 "남북통일을 대비한다면 수도가 남쪽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행정도시 건설 논란 시기에 한나라당 다수는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수도를 사실상 둘로 쪼개선 안 된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했다.
이러한 과거에 비춰볼 때 이 대통령이 `통일 이후'에 주요 방점을 둔 것은 결국 정부 부처의 대거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통일 이후 미래를 대비한다는 말이 과거 수도 이전과 행정도시 논란 때 수도나 부처가 남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발전'이란 기준 역시 `원안을 고쳐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충청권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과 맥이 닿아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세종시에 대해 자세한 구상을 밝혔던 지난 2007년 11월 행복도시건설청에서의 기자회견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다시 말해 대선후보 때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당시 회견에서 "현 정부의 계획만으론 세종시의 성공적 자립과 충청권 경제발전에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세종시의 자족능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더해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들겠다. 과학, 산업, 행정 기능을 접목하고 주변 도시와 연계를 강화해 도시의 자족기능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기준까지 제시하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정부의 세종시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민관합동위원회에 의한 연구와 여론수렴을 통해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보완한 대안을 내년 1월까지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안이 발표되면 국민 여론의 향방을 살핀 뒤 대국민 담화 또는 대국민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통해 세종시 원안을 대안에 맞춰 수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민을 직접 설득할 필요성을 느낄 경우 대안이 발표되기 전이라도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이동관 수석은 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 시기에 대해 "중간에 필요하면 설득을 위해서 하고, 정부안이 마련되면 전면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힘입어 대안 발표 이후 세종시 수정 여론이 높아지면 이 대통령은 대안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겠지만, 반대로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을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행정부처 분산이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보는 만큼 국민이 지지한다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되, 반대 여론이 높다면 굳이 국가적 혼란을 자초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주요 대선공약이었다가 백지화된 한반도 대운하의 사례처럼 `아무리 중요해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밀어붙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대운하 논란 때도 증명됐 듯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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