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부 "수사 시늉이라도 해야" 속앓이

2008. 6. 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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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무부 장관 '광고중단 운동' 엄단 재확인

검찰 '마지 못해… 일관성 없다' 볼멘 소리

청와대·조중동 위한 '대리전' 비칠라 우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24일 국무회의에서 "신문 광고 압박을 광고주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수사를 강화하겠다"며 누리꾼들의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싣지 않기 운동에 대한 엄단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준비도 안돼 있다. 정 하라고 하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업을 상대로 한 광고 압박 사례를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며 금방 대대적 처벌이 가능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일 특별단속 지시 때보다도 강경해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주로 경찰 수사를 지휘할 것 같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광고 협박' 수사를 위해 첨단범죄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신뢰저해사범 전담팀을 새로 꾸리고 "적극 단속"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무를 맡은 일선 검찰이나 '정치 검찰' 논란을 지켜 봐야 하는 검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마지못해 하는 수사라거나, 수사 방침에 일관성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번 수사가 '광우병 괴담' 수사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유관기관 대책회와 관련해 "기술적, 실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장관의 특별단속 지시가 있으니 회의를 열었다"며 "원래 처리 기준을 따르면 되지 특별히 기준을 만들 만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수사에 들어가다 보니 사전 검토가 부족해 "사안별로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위에서 시키니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아무리 조급하게 지시를 내렸더라도 수사 아이템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많은 글이 올라오는 포털 사이트를 수사하는 것은 검찰로서는 불가능하다"며 "네티즌 본인 여부나 아이디 도용 여부까지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의 역할은 "경찰에서 뭔가 (검찰로) 올라오면 그 기준을 만들어 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합법적 소비자운동과 불법의 범위를 미리 분명히했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사는 "협박이 수반된 광고 중단 전화는 당연히 불법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 기업이 광고를 실을 의사가 있었는지, 광고 중단 요구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고를 한 기업 목록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역시 기존 소비자운동에서 불매운동 동참자를 모으려는 홍보활동과 어떻게 다른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안에 고소·고발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장관의 말 한마디에 서둘러 수사 방침을 밝힌 것에 당혹해하는 반응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광우병에 대한 조·중·동의 일관성 없는 보도 행태처럼, 검찰의 일관성 없는 수사 방침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청와대와 조·중·동을 위해 '대리전'을 치르는 것으로 비치는 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평검사는 문제의 원인을 "장관의 의욕 과잉"으로 설명했다. 그는 "꼭 특별 지시를 내려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속으로 끙끙 앓는 검사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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