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대통령회견><종합>李대통령 "뼈저리게 반성·사과"

2008. 6.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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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지난 5월 대국민담화에 이어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하고, 민심과 함께 하는 정책 추진을 다짐하는 한편 청와대 비서진의 대폭 개편 및 내각 개편 등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5월 초부터 이어진 대규모 촛불집회가 대정부 투쟁 양상으로 번진 것과 관련,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며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 없이 내 자신을 돌이켜 봤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기자회견 개최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종교계 원로들에게서 "혼자 고민하지 말고 국민들께 털어 놓고 이해를 구하라"는 충고를 들었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또 '사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초 미리 배포된 기자회견문에는 "국민들께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적시됐지만, 실제 발언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한다"며 "나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고 운을 뗀 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가 한미FTA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쇠고기'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느냐의 문제인데, FTA는 미국 정부와 한국이 합의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쇠고기 재협상 문제와 한미FTA 문제가 연계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고, 미국과의 통상마찰도 예상됐다. 싫든 좋든 쇠고기 협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만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가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갈등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밝힌 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내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엄청난 후유증이 올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국민 여론에 따른 결정을 내렸다가 국익에 위배된 사례로 2000년 '중국산 마늘 파동'을 꼽았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수입되면서 국산 마늘값이 폭락하자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를 부과했고, 결국 이 문제가 통상마찰로 비화돼 우리측이 손해를 보는 방향으로 결론났다는 요지였다.

이 대통령은 자원이 부족해서 '통상'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가 선택한 것이 추가협상"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역설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기회의 문이 닫히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추가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는 지금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출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장해 달라는 우리측 요구와 관련,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때까지 고시도 못 하고 수입도 할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5차례에 걸쳐 협상이 진행 중인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이 반드시 받아들이리라 믿는다"며 "미국산 쇠고기는 현재 96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니 미국 정부가 약속하면 믿어도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고, 내각도 개편하겠다"고 제시했다.

다만 개각 선행 조건으로 국회 개원을 꼽은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아서 청문회가 한 달이 갈지 두 달이 갈지 알 수 없다. 국정 공백이 올 수 있으니 국회가 열리는 것을 봐서 조속히 내각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관점에서 7수석과 대통령실장이 함께 개편되는 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대통령실장과 협의해서 인선에 대한 마지막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즉각 "현행 1실장 7수석 1대변인 체제에서 대폭 교체한다는 것이지 전원 교체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전원 교체의 뜻을 피력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문제가 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을 때마다 책임을 물어서 사람을 바꾸면 한 달에 한 번씩 바꿔야 한다"고 말해, 국무위원 대폭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에 대해서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근로자들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준다면 그 피해는 근로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지금은 기업도 정부도 근로자도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정체 물류를 개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며 "농수산물도 그렇고 화물도 그렇고 시스템을 바꿔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화물연대의 경우도 차주가 받는 것은 60~70%이고 중간 물류 과정에서 30~40%가 소모되니 물류 체계를 바꾸면 화주나 차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요즘 '가스, 물, 전기를 민영화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는 애초부터 민영화 계획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보험 민영화도 전혀 계획되지 않았으니 이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며 "'공기업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니 '공기업 선진화'라고 하는게 좋겠다. 정부가 직접 소유하면서 경영하고 선진화해야 할 공기업도 있어서 일률적으로 민영화를 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급등 문제에 대해서는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170달러로 가면 비상대책을 세우고, 200달러를 향해 가면 위기대처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며 "좀 더 심해지면 비상체제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서민 생활이 어려워서 그 충격을 없애기 위해 물가안정, 서민안정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터넷 여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식의 '구시대적 발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국민들의 폭이 늘었으니 정부도 인터넷 소통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취임 두달 만에 맞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재임 기간 내내 되새기면서 국정에 임하겠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당초 대국민담화 형식이 되리라던 예상과 달리 특별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에 대해 "'담화'라는 건 과거 권위주의적 냄새가 나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를 가진 것 같아서 '기자회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이 기자회견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과 관련, "중간에 추가협상 때문에 기자회견 내용을 바꿨다는 오해가 있던데 오늘쯤 협상이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이라며 "다만 큰 틀의 줄거리는 마무리 됐다"고 부연했다.

김선주기자 sa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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