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축산국장 같다" 孫"그게 포인트"(종합)

입력 2008. 5. 20. 17:13 수정 2008. 5. 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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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팽팽한 `기싸움'..李대통령 "나도 얘기 좀 하자"

민주 "대통령 자세 달라진 느낌"..소통의정치 복원 성과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송수경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20일 청와대 단독회동은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본격적인 현안 논의에 들어가서는 날카롭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는 이날 회동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비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두 사안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근원적으로 달랐던 만큼 일정부분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결국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단독 회동이라는 의미에 만족해야 했던 만남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시작은 `화기애애' = 회동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을 위해 아침 일찍 청와대를 찾은 손 대표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고, 두 지도자는 회동 모두에 건강을 주제로 대화를 풀어가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손 대표는 회담 5분 전인 오전 7시25분께 청와대 본관 현관에 도착해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의 영접을 받으며 회담장인 2층 백악실로 이동했고, 이 대통령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직접 나와 손 대표를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축구하다가 다치셨다고..."라며 손 대표의 건강상태를 물었고 손 대표는 "거의 다 나았다"면서 "건강하시죠. 워낙 건강체질이시라..."라며 이 대통령의 건강에 관심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협조받으려면 (국회로) 찾아가야 하는 데 직접 (청와대로) 오신다고 하셔서..."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李대통령 "우리가 마치 축산국장 같다", 孫대표 "그게 키포인트다" = 막상 현안 논의로 들어가자 두 지도자는 각종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손 대표는 소통 부재로 비롯된 작금의 상황을 `신뢰의 위기'로 규정한 뒤 식사메뉴로 나온 계란찜을 가리키며 "지금 이 식탁에 놓인 달걀을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로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고, 이 대통령은 손 대표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지도층이 다 함께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작심한 듯 쇠고기 문제와 한미 FTA, 남북문제, `강부자(강남땅부자).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권) 내각' 등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으며 특히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때가 되면..."이라면서 배석한 참모들에게 "취임 100일이 언제지"라고 물었으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사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쇠고기 문제를 마무리 한 뒤 한미 FTA에 대해 국민적 협조를 당부하는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여의 회동시간 가운데 1시간 30분을 손 대표가 얘기했을 정도로 손 대표가 대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도중 이 대통령이 "나도 얘기 좀 하자"고 한 차례 말을 잘랐으나 손 대표는 "쇠고기 문제, 교육, 서민, 북한문제 얘기 다 한 뒤에 말씀하시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고 민주당 차 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최대 쟁점인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 상당시간을 할애하며 설전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안은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으로 알려졌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문제와 특정유해물질(SRM) 수입금지 등 세부적인 사안들을 둘러싼 설전이 거듭되면서 이 대통령이 "마치 우리가 축산국장처럼 말하고 있다. 너무 디테일(자세)하다"고 지적하자 손 대표는 "그게 키포인트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가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으나 "손 대표도 대통령을 해 보면 알겠지만 국제관행상 재협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며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쇠고기 문제와 연계된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한미 FTA가 타결되면 노무현 정부의 최대업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나도 인기를 얻으려면 반대한다고 할 텐데 그게 그런게 아니지 않느냐"며 17대 국회내 처리를 거듭 당부했으나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미 FTA 비준에 찬성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손 대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게 정치인 손학규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것 아니냐"며 막판까지 설득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청와대는 애초 회동결과가 좋을 것에 대비해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이 대통령이나 손 대표 모두 회동 후 "합의문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논란...소통.대화정치 복원은 성과 =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회담 말미에 배석자들을 모두 물린 채 15분간 독대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양측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두 지도자가 독대시간에 모종의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한때 나왔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독대를 공식 부인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독대가 없었다"고 밝혔고, 차 영 대변인은 "단독 회동은 일정에 전혀 없었다. 회동이 끝난 뒤 대변인끼리 브리핑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두 분이 차를 마시면서 편하게 사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이날 쟁점 현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손 대표가 "앞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야당이 되겠다"며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고, 이 대통령이 "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강화하겠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자주 만나자"고 화답해 일단 `소통의 정치',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차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자세가 쇠고기를 통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다"면서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뜻을 전달한 것이 소통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고, 이 대통령도 경청자세였다. 우리의 지적에 대해 수용.이해를 나타낸 뒤 고치려고 노력했고 미진하면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자세였다"고 긍정평가했다. 차 대변인은 "앞으로 이 대통령의 변화를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이날 회동은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민주당에서 이기우 대표비서실장과 차 영 대변인, 청와대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배석했다.

식단은 가정식 백반이었으며 생선구이와 쇠고기무국, 불고기, 달걀찜 등이 제공됐다. 달걀찜은 최근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관련해 급감하는 닭고기.계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원려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sims@yna.co.kr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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