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눈앞에 둔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헌법재판소는 17일 노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노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 1항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며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거활동에 관여하는 선거중립 의무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 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네팔·파나마 등 신임 주한 외국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로서도 일단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목소리는 한층 힘이 빠진 상태였다.
노대통령과 선관위의 갈등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앙선관위는 노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을 비난한 것은 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며 '선거중립 의무 준수요청'이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노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에 불복, "대통령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해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6월21일 헌법소원까지 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낸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대통령의 헌법소원 자격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헌재는 우선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없으나, 일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의 제약을 받을 때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노대통령의 헌법소원 자체는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대통령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요청한 당시 결정 자체는 정당했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근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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