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치자유와 중립의무 충돌시 중립의무 우선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헌법재판소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가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의 다수 의견으로 노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노 대통령이 작년 6월21일 헌법소원을 냈을 때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헌법상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느냐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지 여부였다.
이번 결정으로 대통령은 헌법기관이지만 기본권의 주체이고,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개인으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고, 공명선거의 책무는 우선적으로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대통령의 `정치활동 자유'와 `선거중립의무'가 충돌할 때는 중립의무를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한계가 설정됐다.
◇대통령은 헌법소원 낼 수 있나 =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받을 때'에만 적법한데, 대통령은 공권력 행사의 최고 당사자이고, 문제가 된 발언은 `국민 노무현'의 발언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의 발언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날 결정에서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지만 언제나 그러한 것은 아니고, 일반 국민으로서 갖는 기본권을 제약받을 때는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소속 정당을 위해 정당활동을 할 수 있는 사인으로서 지위를 동시에 갖는데 후자의 지위와 관련해서는 기본권 주체성을 갖고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강연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게 좀 끔찍해요. 무책임한 정당이다"라는 등 한나라당과 그 당의 대선후보들을 비난했고, 원광대 특강과
6월항쟁 20주년 기념식,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헌재는 "사적 성격이 강한 것도 있고, 직무부분과 사적부문이 경합하는 것도 있어 순전히 대통령의 직무에만 관련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이 가능하다고 결론냈다.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이 공권력 행사인가 = 선관위의 조치는 따르지 않았을 때 형사적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없어 공권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공권력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된다.
하지만 헌재는 선관위의 조치가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2의 `경고'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고, 선관위의 조치를 받으면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공권력행사로 풀이했다.
◇
공직선거법 9조1항의 위헌성 = 공직선거법 9조1항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ㆍ단체포함)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다.
이 조항과 관련해 `공무원'이나 `부당한 영향력'의 범위 등이 불명확해 조항 자체가 위헌일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경위, 수범자의 범위 및 선거과정의 특징 등을 고려했을 때 당사자가 통상의 법감정과 합리적 상식으로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9조1항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항상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표현행위만 규제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행위만 규제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재는 결정했다.
◇국회의원ㆍ지방의회의원과의 차이점 =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로 뽑히는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공직선거법 9조1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공명선거에 대한 궁극적 책무를 지고,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성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고 봤다.
반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공무원의 선거관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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