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민생 위기 '삼추가 여일각'인데.. 정치시계 멈춰"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5일 공식 발표했다. 새누리당도 이날 해임건의안 국회 가결을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날치기"라고 규정짓고 26일 시작하는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 방안 등을 논의했다. 여권은 이번 해임건의안이 정쟁(政爭) 목적에서 통과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며 "20대 국회에 국민이 바라는 상생의 국회는 요원해 보인다"라고 했다.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를 사실상 불법적인 권한 남용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해임건의안은 직무 수행상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인데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된 김 장관의 경우는 직무 능력과는 무관하게 해임 건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 밖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는 이유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고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기 때문 등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야당들이 이처럼 요건이 되지 않는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일각이 여삼추(一刻如三秋·짧은 시간도 3년같이 생각된다)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 선 듯하다"며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는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를 하는 바람에 자신이 추진했던 각종 법안 개정이 벽에 막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도 '정쟁 목적'이라고 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 생각도 이 같은 박 대통령 기조와 비슷하다. 새누리당은 25일 국회에서 이정현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 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국정감사 거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2시간 30여 분에 걸쳐 진행된 최고위회의에선 김 장관 해임 건의의 부당성, 해임건의안 처리를 주도한 더민주와 정 의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더민주는 허위 사실로 언론과 국민을 속이고도 사과 대신 오히려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며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를 들고 달려든 것과 같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정 의장에 대해서도 "여야 교섭단체 대표 간에 협의도 없이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쳐) 국회법을 어겨가며 국회를 운영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정 의장을 '더민주의 행동대장' '더민주의 하수인' 등으로 부르며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워크숍에서 밝혔다. 그는 "저는 지난 3년 반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한시도 개인적인 사사로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금 이 순간까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최근 야당과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공세를 간접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야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금융노조 파업과 관련, "금융노조는 총파업으로 은행 업무에 혼란을 가중시키려 했고 다음 주에는 철도노조 등 다른 노조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가뜩이나 국가 경제도 어렵고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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