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로 기운 朴, 시기 저울질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추이와 여론 향배 그리고 국회 쪽 움직임이 변수다.
16일 청와대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문구 수정을 중재해 전날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한 글자를 고쳤는데, 그렇다고 우리 입장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향후 계획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거부권 행사 자체를 결정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했고, "행사 시기가 문제라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행사 시기와 관련해서 물으신다면 그에 관련해서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국회가 정부에 시행령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박근혜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여야를 설득해 '요구'를 '요청'으로 변경, 강제성을 줄인 중재안을 마련해 15일 정부로 보냈다. 청와대가 수정 개정안의 강제성 해소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시기의 문제가 됐다.
시기적으로는 23일과 30일 국무회의 때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변수는 메르스 사태의 전개 방향이다. 메르스 대응에 정부의 무능력함이 부각되며 박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가 잦아들고 지지율이 회복된다면 여론의 지지를 업어 거부권 행사로 국회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개정안을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면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법률을 다시 확정짓거나, 그냥 폐기시켜야 한다. 여론이 박 대통령 편이라면 국회가 폐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게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연기하고 민생현장 찾기에 매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국회법이 '강제성'을 내포한 채 시행될 경우, 집권 하반기 정부의 정책구현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4대 부문 구조개혁에 사활을 건 박 대통령 입장에선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국회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배경이다. 반면 총선을 앞둔 국회도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대통령과 정쟁을 벌여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도 박 대통령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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