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의 '트위터 업무 지시'..소통 행정? 전시 행정?

2014. 11.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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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 성남시장, 도로 순찰 중 발견 사항 'SNS 지시' 논란

'시민 위한 신속 행정' vs '보여주기식 행정' 갑론을박

성남시 "'SNS 민원' 홍보 차원서 시장이 선도적 역할"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로 업무 지시를 했다가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시민 편의를 생각하는 신속한 행정이라는 칭찬도 있지만, 일반 시민 민원이 아닌 시장의 업무 지시사항을 굳이 SNS 계정을 통해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2일 토요일 오후 3시께, 이 시장은 도로를 순찰하며 발견한 지시사항들을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올렸다. "모란에서 시청 방향 환풍구 덮개 찌그러짐. 해당 부서 확인 후 정비 바람."

같은 날 6시께, 해당 구역을 관할하는 김윤철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장은 직접 트위터로 조치사항을 보고했다. "찌그러진 우수맨홀 스틸그레이팅 뚜껑 부분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휀스로 임시 조치하였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원형 철개 뚜껑으로 교체 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과 3시간 만에 이뤄진 '신속한' 업무 처리에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시정을 공식 업무 처리 과정 대신 트위터로 하는 데 대한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박성호 딴지일보 정치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SNS로 민원을 받고, 처리하는 것은 별 문제 없지만, 시장이 직접 공무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SNS를 쓰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홍보하고 싶으면, 일이 모두 처리된 다음에 이러이러한 일을 처리했다고 하는 것이 좋다. 왜 대중이 지켜보는 공간에서 결정권자가 실무자에게 대놓고 지시를 내리는 것인가? 내부에 그런 지시를 처리할 시스템이 없지도 않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직원들한테 업무 지시를 트위터로 하고 직원들은 24시간 트위터를 쳐다보며 업무 지시받나요? 여긴 업무하는 공간이 아니"(@melo***)라는 지적과 "기밀 사항도 아니고 시민 편의를 위한 시정 업무인데 어때요? 오히려 불편 사항이 신속히 해결되는 장점이 더 많을 듯합니다."(@psyc****)라는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트위터에선 때아닌 '트위터 업무 지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덩달아 직장인들이 주말에 SNS를 통해 직장 상사의 연락을 받는 '고충'이 겹쳐 보이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엉뚱한 '주말 근무 논쟁'으로 엇나가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에 트위터로 업무 지시는 아니죠. ㅜㅜ 왜 직장인 괴롭히세요" (@nail****), "공무원분들 쉴 땐 쉬셔야죠. 저흰 일꾼이 좋지 노예는 필요 없어요" (@sail****)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지적은 '찌그러진 맨홀' 문제가 시민들의 안전 문제와 직접 결부된 급박한 사안이라는 점에 더해, "이 정도는 상황실에서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문자 넣어줌. 지자체 상황실 근무는 대체로 수당도 많고 할 만함"(@p_b***) 등의 반론이 나오면서 금세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 시장의 '트위터 업무 지시'는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이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SNS 광속행정, 속도와 편의성으로 안행부가 표창하고 전국벤치마킹 지시했는데… 칭찬 못할망정 뭐 그리 불만?"이라고 또 다른 트위터를 올렸다. 공무원들이 24시간 시장의 트위터를 봐야 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트윗 민원 처리 때문에 과 별로 소통관이 있고, 트윗 민원 확인 담당자가 있다. 행정은 공개가 원칙이고 지시 사항이 주민 홍보 효과도 있어 전화보다 트위터를 쓴다"고 직접 답을 해주기도 했다.

성남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SNS를 통한 빠른 민원 처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12년 처음으로 '시민 소통관' 제도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불거지는 민원에 대응했다. 현재 시나 구청의 과 단위, 동 단위로 138개 부서에서 팀별로 소통관을 두고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밤늦게나 주말에 발생한 사안이라도 당직근무를 하는 실무자에게 바로 연결해 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정운 성남시 인터넷홍보팀장은 "시민소통관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통관이 자체 판단을 통해 실무 부서에 즉시 전달해야 하는 사안은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며 "지난 6월 운중천에 폐수가 배출된다는 트위터 제보의 경우, 일요일에 들어왔지만 사안이 긴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시민소통관이 바로 현장 확인에 나섰으며 시장도 보고를 받고 함께했다. 3시간 만에 처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민원사무 처리 규정에 따르면, 민원 접수부서를 거쳐 담당부서와 담당자가 지정되고 사안에 따라 과장, 국장, 부시장, 시장에 이르는 결재 단계를 거치면서 다시 신청자에게 처리 결과가 전달되기까지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성남시의 '주민 밀착 행정'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013년 4월 안전행정부가 'SNS 민원 즉시 대응 지침'을 내렸고, 중앙부처 및 다른 지자체에까지 관련 행정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 민원이 아니라 시장이 직접 발견한 문제와 지시 사항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공개한 것은 'SNS 민원 즉시 대응 지침'과는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전히 '지나친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성남시 홍보팀은 "아직까지 도입 초기다 보니, SNS 민원 행정을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시장님이 선도적 역할을 하시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이 트위터에 올리더라도 시민 소통관이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실무 부서에 연락을 취하는 등 기존 시스템 안에서 처리되고 있다. 주말에도 당직자가 있기 때문에 대응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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