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귀국종용' 진흙탕싸움-늑장보고-초동대처 허술.. 한심한 靑

2013. 5. 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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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심각한 靑참모진

곽상도 민정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왼쪽부터) 등 청와대 참모진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취임 후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했다. 대변인이 대독하고 17초에 불과했던 인사 낙마 사태에 대한 첫 사과에 비해 이번 사과 때는 본인이 직접 4분25초 동안 긴 사과를 했고 여섯 번이나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윤창중 스캔들에 대처하는 청와대를 향한 여론의 비판은 멈추지 않고 대통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감동 없는 사과

허 실장의 긴 사과도 감동을 주지 못한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이후 나왔기 때문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청와대의 '귀국 종용'으로 비화하면서 권력 핵심부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허 실장이 먼저 방패막이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

청와대로서는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는데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갑갑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까지 나서서 '책임론'을 주장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남기 홍보수석비서관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경찰이 수사해도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몇 주일은 걸린다"며 "진실 공방으로 가면서부터 장기화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허 실장은 "이미 당사자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이 있었지만, 추후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숨기지도, 감싸지도,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밝혀 향후 추가 인책 가능성을 열어뒀다.

○ 청와대 보고 체계 혼선

이번 사태를 통해 청와대의 무너진 지휘 보고 체계와 흐트러진 공직 기강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다.

8일 오전(현지 시간) 윤 전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 첫 보고를 받은 이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는 24시간이 지난 9일 오전에, 허 실장에게는 이틀이 지난 10일에야 보고했다.

이 수석은 늦게 보고한 이유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봐야 할 것들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보고드릴 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빽빽하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이 개인 사정도 아닌 성추행 의혹으로 귀국한 사실을 상관인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게 여권 내부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서 터지지 않았다면 귀국 때까지 보고하지 않고 숨겼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고 체계의 혼선은 '귀국 종용' 논란에서도 비롯된다.

이 수석은 홍보수석실 소속인 윤 전 대변인의 상관이다. 그러나 이 수석의 주장대로 귀국을 종용한 적이 없다면 윤 전 대변인은 직속 상관인 수석의 지시도 받지 않은 채 미국을 떠나 귀국한 셈이 된다. 귀국을 종용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귀국 과정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내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평소에 이 수석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던 것에 비춰 보면 귀국 종용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평소에도 청와대 내 지휘 체계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허술한 수습 과정

이 수석이 박 대통령을 포함한 방미단이 귀국한 10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 내용과 주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많다. 이날 사과 내용에는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문구가 들어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허 실장에 따르면 이 수석은 귀국 당일인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만약 기자회견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면 곧 사퇴할 수석이 청와대를 대표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기자회견 후 사의를 표명했다면 당일 사과문에 사퇴 의사가 포함돼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 첫 사과 기자회견에 공방의 당사자인 이 수석이 아니라 허 실장이 직접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마치 허 실장이 사과를 하기 싫어 이 수석이 나섰다는 느낌이고, 이 수석도 기자회견 도중 선임행정관에게 떠넘기고 나가버리는 등 상관들이 책임지지 않고 밑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사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민정수석실도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의 귀국 종용 여부에 대해 "귀국을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법과 미국 법 모두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며 "특별히 따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켜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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