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건너뛴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경제계가 주도하는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해 서명했다〈사진〉.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정 법안 처리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이 민간의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독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19일엔 황교안 국무총리와 일부 장관도 입법 촉구 서명에 동참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2차 신년 업무보고를 받은 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 등 38개 단체가 서명운동을 벌이는 판교역 앞 광장을 찾아갔다. 박 대통령은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얼마나 답답하면 서명운동까지 벌이시겠느냐"며 "저도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했는데도 안 돼서 너무 애가 탔는데 당사자인 여러분은 심정이 어떠실지 싶다. 힘을 보태드리려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박 대통령은 국회를 통하지 않는 대(對)국민 직접 정치를 시작한 셈이다.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제 국민한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 것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노동 입법을 위한 '대국민 직접 정치' 행보를 계속할 경우 총선을 앞둔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실제 박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힘을 실어준 '서명운동'이 1000만명을 목표로 진행되고 서명자가 늘어날 경우 야권과 노동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이나 진정성은 이해되지만 서명운동 동참은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시하고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밖에 안 된다"고 했고,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서명운동에 기댄 것은 대통령 스스로 정치력 부재를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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