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한국, 행정부처 이전 신중해야"

입력 2009. 12. 22. 08:44 수정 2009. 12.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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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민관합동위, 5박6일 독일 방문(베를린=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정부가 세종시 대안을 내달 11일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세종시 대안 심의 기구인 세종시 민관합동위가 5박6일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해외 유사 사례인 독일 현지를 직접 둘러보고 정부부처 이전 등을 둘러싼 세종시 논란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

임종건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등 민간위원 7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먼저 21일(현지시간)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찾아 행정기능 분산에 따른 문제점 등을 살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후 연방 정부를 새 수도 베를린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와 교육부, 농업부 등 6개 부처는 서독의 수도였던 본에 그대로 뒀다.

이날 베를린 소재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페터 쥘 전(前) 베를린시 도시계획부 국장은 "모든 청사가 베를린으로 이동하면 본의 기능이 와해될까봐 (행정기관을) 분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쥘 전 국장은 베를린 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총괄했었다.

당시 결정으로 현재 베를린 소재 연방부처는 본에, 본 소재 부처는 베를린에 각각 제2청사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연방재무부는 이에 따른 비용만 매년 880만 유로(약 150억원)에서 최대 5천만 유로(약 850억원)로 추산했다.

현재 베를린에는 8천800명, 본에는 1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근무 중인데 본과 베를린간 공무원의 평균 출장 횟수만 매달 5천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본 소재 부처 장관들은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각종 정책결정회의와 의회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베를린에 아예 상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내무부 관계자는 "주요 연방정부 기관장은 연중 대부분 베를린에서 체류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일부 장관은 1년에 2∼3번 정도만 소속 부처가 있는 곳에 내려가 근무한다"고 전했다.

수도 분할 초기에는 본과 베를린 간 상호 균형을 이루면서 행정 업무가 원만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점차 베를린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면서 최근 사실상 모든 정부 부처들이 베를린에 소재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한다.

의원회관에서 만난 르네 프롭스트 연방하원 재정위 국장은 민간위원들에게 "본에 부처가 있어도 중요한 부분을 이쪽(베를린)에 두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정책 결정 사항에 대해 베를린에서 진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 `2등 공무원'이라는 자조 섞인 인식이 확산된다는 것도 문제다.

프롭스트 국장은 "본에 남아있는 공무원은 2등급이라고 생각해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데 이런 심리적 비용은 계산할 수는 없지만 막대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로 독일 내에서도 본에 있는 행정기관을 전부 베를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쥘 전 국장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모든 청사가 베를린으로 이전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방한한 슈뢰더 전 총리도 "본과 베를린으로 행정기능을 분산 배치해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했다"며 "향후 10년 안에 베를린으로 행정기능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본의 반대와 베를린 이전 비용 등의 이유로 본에 남아 있는 부처들을 베를린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 행정기관 분산에 따른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독일 사람들은 `9부2처2청'을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의 세종시 원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를 묻는 한 민간위원의 질문에 쥘 전 국장은 "한국이 지금 계획하는 행정 업무의 일부 이전을 권고하고 싶지 않다"며 "정부 부처는 함께 모여 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악셀 부쉬 독일도시건축계획사무소장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서라면 행정 부처 이전보다 대학이나 연구소를 옮기는게 낫다"고 덧붙였다.

한 전직 연방하원 의원은 "독일은 독일 정치가 통일 후 전통적 중심지이자 통일 전까지 수도였던 베를린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강한 명분과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한국은 지방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굳이 행정부처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균형 발전을 위한 다른 방법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위 방문단은 본으로 이동, 6개 부처 잔류에 중요한 역할을 한 `본 시민연합'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며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시설인 중이온연구소가 있는 다름슈타트를 방문한 뒤 24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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