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군요" - "그렇다고 생각"

2008. 3.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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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게 탈영, 불법증여 및 증여세 탈루의혹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이종호

"위원장으로 내정된 후 대통령의 측근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17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 자신을 겨냥한 사퇴 공세를 예상한 사전해명이었지만,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최 후보자에 대해 '비리 3관왕', '자격미달'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 후보자도 민주당 의원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는 지난 1월 30일 고향인 포항을 방문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인생에서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 나는 이번 선거에 올인도 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생을 걸고 올인해서 대통령을 만든 최 후보가 과연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국민을 위해 서비스 하는 방송통신 정책을 펼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종호

손 의원은 "최 후보자가 '대통령이 일을 하다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면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 투입되는 역할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도 했다"며 "전천후 요격기처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에 투입돼 대통령의 뜻을 받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 비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에게는 탈영과 땅 투기, 아들 군면제 의혹이 있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비리 3관왕을 영예롭게 차지했으니 자진사퇴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아들에게 900평의 땅을 증여한 기억이 없냐"고 묻자 최 후보자는 "전혀 없다. 내가 기록을 보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더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는 얘기군요"라고 비꼬았지만 최 후보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정 의원이 "불도저로 방송국을 밀고 들어가서 방송국을 장악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자 최 후보자는 "경찰이 경찰봉 잡았다고 (그 사람을 보고) 강도라고 소리칠 수 있냐?"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내가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진입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표현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언론 장악할 사람 있나? 또 하나, 비리 3관왕 운운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 나는 투기한 적도 없다. 너무 지나치게 윽박지른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걸 후보자도 인정했는데, 인사 자체는 부적절하다. 차라리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면 이런 얘기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최측근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이지, 업무수행에서 방송 독립을 절대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의혹에 대한 해명은 청문회에서 밝히는 게 상식인데, 언론사에 미리 해명자료를 배포한 이유가 뭐냐? 해명자료를 미리 배포한 것은 속도위반이고 언론플레이"라고 공격해 최 후보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방통위원장 내정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옹호논리를 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최 후보자는 언론탄압이 극심했던 박정희 시절에 옥외집회 금지령에 대한 특종 기사를 쓴 일이 있는데, 취재원을 밝히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남산 지하실에서 모진 고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후보자를 옹호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전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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