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사석에선 '미친짓' 수군"

입력 2010. 9. 12. 14:50 수정 2010. 9. 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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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김어준이 만난 여자

4대강 반대 앞장선 민주당 김진애 의원

피디수첩 덕이다. 2년 전 그날이 불현듯 떠오른 건. 2008년 8월6일, 부시 방한. 당시 부시 방한은 정치 일정의 일환이 아니었다.

퇴임 직전 올림픽 구경 위한 가족 나들이의 일부였지. 그 전후 주요 일정이라곤 아버지 부시와 베이징 개막식 구경이 전부였으니까. 올림픽 구경 온 임기 말 부시와 국가대사 논하는 게 난센스라는 걸 모를 리 없는 후진타오는 정상회담은커녕 부시와 따로 만나지도 않았다. 기념 점심행사에 여러 손님 중 하나로 참석했다 밥 먹고 나가는 부시와 사진 한 방 찍은 게 접대의 전부였다. 그렇게 마실 나온 부시를 굳이 붙들고 요란을 떨었던 게 당시 한-미 정상회담의 실체다.

바로 그 만남 뒤 공동기자회견장에서였다. 기자가 묻는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는 논의했냐고. 이에 각하, 답한다.

"아프가니스탄 파견 문제, 이것은 부시 대통령 답변해야 하잖아요. 내가 할 것이 아니고. 그러나 그런 논의는 없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이 말을 동시통역으로 듣던 부시, 무슨 소리냔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곤 이렇게 받는다. "We discussed it." 공동기자회견서 일국 대통령 공식발언이 상대 정상에 의해 현장에서 묵사발 된다. 이때 부시, 심지어 지적으로 보인다. 임기 내 세계적 조롱거리였던 부시가 말이다. 부시마저 지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우리 각하, 장하다. 여기까진 당시 보도됐다. 보도되지 않았던 진짜 결정적 장면은 바로 다음 벌어진다. 부시가 자신의 말을 뒤집자 우리 각하, 안면근육 협조 안 되는 표정으로 이리 중얼거린다. "아 논의했구나…." 이게 카메라에 잡힌다. 당시 동영상 꼭 찾아보시라. 기절한다.

그 말은 누구 들으라고 한 게 아니다. 거짓말 탄로 나자 1초 만에 튀어나온 리액션이다. 그 작동은 이런 식이다.

거짓말이 탄로 났다. 하지만 난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난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이건 오해다. 해명해야겠다. 잠깐 잊었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혼자 중얼거리는 걸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자기합리화가 그렇게 즉각적이고 자동적이다. 게다가 그로 족하다. 여기서 자기성찰 따위 개입할 여지, 추호도 없다. 실로 대단한 방어기제다. 각하께 사과나 반성 요구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건 고스란히 현 정권의 문제해결 방식이다. 불리한 건 숨긴다. 숨길 수 없을 땐 거짓말한다. 탄로 나면 해명한다. 그건 오해라고. 그리고 끝이다. 국민들이 믿건 말건. 그러나 애초의 거짓은 그대로 남는다. 진짜 해결은 시도된 적조차 없으니까.

그런 연유다. 피디수첩 4대강 편에 2년 전 그 장면이 오버랩된 건. 그 전형적인 이명박식 문제해결법. 운하 아니라고 숨긴다.

거짓말한다. 추궁하자 오해란다. 재해 방지, 물부족 들먹이며 해명한다. 치수사업이라고. 국민들이 믿건 말건. 그러나 거짓은 그대로 남아 운하공사는 계속된다.

김진애가 떠오른 건 그래서다.

내가 아는 한, 그게 온전히 거짓말이란 걸 밝히는 데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과 자원을 전력으로, 줄기차게, 지치지 않고 투입하고 있는 현역 의원은 그가 유일하기에.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아니 왜 갑자기 나를 보자는 건가?" 이제 이명박 꺾였고. "꺾인 거 같은가?" 그렇다 본다.

청문회에서 김태호 등 자빠진 건 민주당이 청와대를 이긴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이긴 거지만. "그건 그렇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 남은 건 4대강밖에 없다더라.(웃음)" 그래서 왔다. 본인이 4대강 이슈 독과점하고 있지 않나.(웃음) 이번에 피디수첩과 공조도 했고.

"피디수첩과는 우연히 만난 거다. 소위 비밀팀 그리고 영포회 관련 그리고 청와대 주문 없이는 그렇게 대담하게 플랜 바뀔 순 없다는 거. 딱 그 지점에서 서로 만난 거다. 사실 그 내용들은 내가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던 건데 그동안은 아무도 주목 안 해줬다."

원래 비례대표 하는 말은 아무도 주목 안 한다.(폭소) 그런데 피디수첩에서 티에프팀이라 순화해 부른 조직. 그거 정말 비밀팀 맞나.

"그게 공식팀이었다면 국토부 장관이 인가한 공문, 그와 관련된 자료, 9명이나 되는 인원이 쓴 예산 등이 공식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국토부에 그 자료 요청했는데 안 왔다. 그게 없다면 비밀팀이라 할 수밖에 없다."

피디수첩이 말하지 못한 또 다른 단어, 영포회, 그 라인인 건 확실한가.

"핵심 둘 중 한 사람은 확실하다. 제보가 있었다." 그럼 대통령 출신학교인 동지상고와 관련성도 확실한 건가. "보 4개가 16개, 14조 예산이 22조로 늘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변경은 국토부 장관도 못 한다.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다. 그런 청와대 주문을 전달하는 메신저, 그 역할을 수행한 행정관이 동지상고 출신이다."

그런데 바로 그 동지상고 출신들이 4대강 사업 낙동강 싹쓸이하지 않았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선 담합의 정황은 있으되 물증은 찾지 못했다 한다. 그 물증은 2년 뒤나 되어야 나오지 않겠나." (동지상고 출신들이 낙동강 9개 공구 중 8개를 차지했다. 대체 전국 고교가 몇 갠데. 경상도만 370개가 넘는다. 이게 우연일 수 있나.)

그 과정을 간단 정리하면.

"촛불 때 일단 대운하 포기를 말한다. 그때 발표한 정비 계획은 보 4개에 수심도 2~3미터밖에 안 됐다. 그런데 이게 4개월 만에 16개 보에 수심 6미터로 바뀐다. 예산도 14조에서 22조가 되고. 8조는 법을 바꿔서 수자원공사에 떠맡긴다. 왜냐. 수공이 자체 투자하는 형식이면 국회 예산심의에 안 들어가니까. 공기업을 무슨 대통령 자회사로 안다. 이 일로 수공은 거대 부실기업 됐다. 이어 관련 시행령도 고쳐서 대통령이 재가해버린다. 5000억 이상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꼭 해야 하는데, 재해예방 위한 경우는 조사 생략하는 걸로. 시간 걸리니까. 그렇게 자기들 맘대로 법을 만들고 없애고 하면서, 수공 부실화시키고 국회 건너뛰고 예비타당성 조사 생략하고 바로 착공에 들어간 거다. 그러고는 또 친수구역특별법이라고 강 주변 개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토해양부는 강 파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배 띄우고 수자원공사는 돈 댄 후 개발하는 거다."

촛불 때 대운하 포기 발언은 진심이었다고 보나.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사업,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다. 운하사업을 하려고 하는 토목 세력, 땅을 가진 세력, 그 개발로 이익을 볼 세력들이 이 사업을 절대 놓치려고 하질 않는다."

이권이 어마어마하니까. 그중에서 제일 수상한 건 역시 수심이다.

문화부 리버크루즈 용역에서도 독일 다뉴브(도나우)는 2~3미터 수심에서 유람선 잘 다닌다 하지 않았나. 유람선 띄우려고 6미터나 파는 건 아닌 것 같고. 홍수와도 상관없고. 6미터 판다 해놓고 실제론 5.5미터만 파면. 과연 그걸 다 잡아낼 수 있나. 강바닥 전체 실사도 어렵고 나중에 토사 흘러와 다시 쌓인 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겠나. 그럼 그 차액은 고스란히 착복하는 거 아니겠나. 그것만 해도 조 단위 먹을 거 같은데.

"현장에선 그런 이야기 굉장히 많이 한다. 쓸데없이 6미터나 파겠다고 하는 건 결국 준설량 속이기 위한 거 아니냐. 내가 현장에서 파고드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준설은 사실 정확한 체크가 안 된다. 현장에 가서 그 기록 달라고 하면 대단히 곤란해들 한다."

4대강 추진본부에선 본류 깊게 파서 물 포켓 만드는 게 결국 지류 안전에도 좋다고 해명하던데.

"순 거짓말이다. 동맥 튼튼하다고 동맥하지류 안 생기나." 현재 갑문도, 터미널, 터널도 없어 대운하 아니라는 해명은. "갑문, 터미널 따위 금방 만든다. 갑문 500억~1000억이면 된다. 그게 당장 있고 없고는 전혀 핵심이 아니다. 지금 16개 구간에 운하사업이 명백히 진행되고 있다는 거, 그게 핵심이다."

동감한다. 멀쩡한 강 파서 환경 파괴하고 오로지 업자들 배만 불리는데 그 돈은 전부 국민세금이란 거, 그리고 그 모든 걸 몰래 한다는 거, 그게 4대강의 본질이다.

그 구간들이 다 연결되었냐 하는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대운하란 말에 함정이 있는 거다. 대운하로 연결만 안 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몰아가는 거다. "그렇다. 그 16구간의 운하들을 나중에 연결하든 않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이미 업자들은 돈 벌 거는 다 벌고 환경은 파괴될 만큼 파괴될 것이고 그 비용은 전부 미래에 떠넘겨질 것이다."

대통령은 한 번이니까. 5년밖에 안 되니까. 땡길 수 있을 때 최대한 땡기는 거지.(웃음)

애들이 참 화끈해.(웃음) 국가가 지들 수익모델이야. 강이 에이티엠(ATM) 기계야.(웃음) 백번 양보해 정말 운하를 해야 한다 쳐도 그걸 왜 자기 임기 내에 다 해야 하나. "바로 그거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야기하는데 이 사업은 절대 수익도 안 난다."

대통령이 그 권한 남용해 자기 땅도 아닌 국토를 맘대로 파헤치며 세금으로 측근과 업자들 이익 도모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4대강은 결국 그렇게 철저한 이권의 문제 아닌가. 그런데 이 기막힌 걸 한나라당 도움 없인 막을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 의원 중 4대강 막자는 사람 없나.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사석에선 엄청 많이 이야기한다고 한다. 이거 미친 짓이라고. 이런 돈 들여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이러다가 다 망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정치인들이 원래 비겁하다. 6·2 지방선거 직후 잠깐 떠들다 대통령이 라디오연설로 꽉 누르니까 또 입 다물고 있다. 소신 있는 분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걸 보고서도 막을 수가 없어 정말 무지무지 마음이 괴롭다. 추석 지나면 하반기 공사 시작한다. 그때는 정말 막아야 한다."

4대강 핵심 요약은 된 거 같다. 이제 본인 이야기 좀 해보자.

서울공대 출신인데 그 시절 왜 하필 공대였나. "난 공대가 아니라 건축과를 간 거다.(웃음) 이공계 택한 건 내가 벌어 내가 먹고 산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학과 기하와 그림을 잘하고 공간추리력이 높아 건축을 택했다. 당시 서울공대엔 여자화장실도 없었다.(웃음)" 94년 타임지 차세대 세계리더 100인엔 어떻게 선정된 건가. "나도 모른다.(웃음) 목적이 뭔지도 모르는 전화 인터뷰 30분 하고 직접 찾아서 또 인터뷰한 후 발표되고서야 알았다. 날 인터뷰했던 기자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른다더라.(웃음)"

그렇게 도시설계로 잘나가던 건축가가 왜 정치를 시작한 건가.

"난 사실 줄도 못 서고 내 분야에선 이미 프로페셔널로 여자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정치에 들어오면 또다시 여자인 정치인으로 볼 거 아닌가. 그래서 다 거절했었다." 그런데 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웃음) 2002년 희망을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배렸다.(웃음) 그래서 권양숙 여사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배려놨다 했더니 권 여사가 그러시더라. 그런 사람 많아요.(폭소)"

노무현의 뭐가 자신을 배린 건가. "노무현에겐 마음의 힘이 있다.

물론 논리도 내가 인정하는 소수 중 하나지만. 이런 적이 있었다. 무슨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부석사 가는 길만 생각하면 마음이 콩당콩당 뛴다고 했더니, 이 양반이 자긴 통영 앞바다를 보면 가슴이 뛴다며 그걸 정말 풍부한 언어로 이야기하는데 참 근사했다. 그에게는 그런 느끼는 힘이 있다. 모든 걸 다 느낀다. 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들어온 민주당에 불만은 뭔가.

"첫째, 지향하는 가치가 분명치 않다. 둘째, 끝까지 싸우지 않는다. 셋째 팀스피릿이 없다." 그 차원에서 차기 대표는 누가 되어야 하나. "개인적으론 박지원. 초계파고 경륜 있고 사심 없고 핵심 잘 짚고 워딩 잘 하고 타이밍 잘 잡는다." 정세균은. "이미 2년 주어졌지 않나." 정동영은. "대권 욕심에 당이 뒤엉킨다." 손학규는. "나하고 공유되는 부분이 뭔지 모르겠다." 천정배는. "다 좋은데 대중성이 약하다." 기왕 하는 김에 더 해보자. 나경원은. "관심 없다.(웃음)" 이정희는. "나의 롤모델이다. 이정희가 대통령 하는 거 한번 봤으면 좋겠다." 박근혜는. "내가 트위트에 질문하면 답이나 좀 하라 그래.(폭소)" 정치 입문 후 만나본 제일 꼴통은 누군가. "국토위에선 장광근.(폭소)" 왜. "사람들이 4대강 반대하는 건 4대강으로 청계천 신화가 재현될까봐 무서워서래.(폭소)"

정치적 목표가 뭔가.

"처음 시작할 때는 전문가로서 정책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바뀌었다. 이제 근본적인 걸 생각하게 된다. 가치를 공유하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이제 그런 꿈을 가지게 됐다."

어휴 정말, 어떻게 할 뻔했나.

이 범죄적 4대강 시대에, 김진애마저 없었더라면. 그의 건투를, 무조건적으로다가, 비는 바이다. 졸라.

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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