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종합2보]朴-文 '권력형비리·남북관계·외교' 설전

뉴시스

朴 '민생 대통령' · 文 '상생과 통합 정치' 강조
전문가들, 朴-文 구도 불구 李 '존재감' 보여

【서울=뉴시스】서상준 김민자 김형섭 기자 = 선거를 15일 앞둔 4일 처음으로 이뤄진 대선 후보 간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설전을 벌였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선방위) 주최로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MBC·KBS·SBS 등 공중파 3사를 통해 생방송된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토론회 주제인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을 포함한 정치 개혁 방안, 대북 정책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의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를 주고 받았다.

이날 토론회 주 이슈는 박근혜-문재인 후보간 '이명박 vs 노무현 정부의 심판론'과 박근혜-이정희 후보간 설전에 맞춰졌다.

◇ 朴-文 '이명박 vs 노무현 정권' 설전

우선 법정토론 외 양자 TV토론을 거부했던 박근혜 후보는 이날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고 이춘상 보좌관 영결식을 치르고도 한결 자신감 있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특히 박 후보는 반론 토론 시간이 남았는데도 "네 할말 다했습니다"라며 느긋한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이번 대선은 미래로 가는가 실패한 과거로 가는가 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득권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 과거로 회귀하고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중산층 회복을 최고의 가치로 중산층 70%를 살리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모두 발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우리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가 현실정치에 뛰어든 것도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라면서 "그 간절함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실격시키는 정치, 서로 싸우는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면서 "국회의원 선거 때 제발 싸우지 말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정치보복하지 않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 품격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새 정치'를 강조했다.

이정희 후보는 "지난 5년의 참극을 낳은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말자. 서민의 눈물을 닦자"고 말했다.

그는 또 "2009년 이후 3000여명이 정리해고된 쌍용차에서 23명의 희생자가 났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자살률이 평균의 10배나 높다"며 "장례식에서 한 노동자가 회계를 조작하고 고의부도를 내는 진실을 알아주면 수십명이 절망 속에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고 쌍용차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어 "해고자들의 면담을 거부한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에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자고 했다"며 "내일이라도 하자. 왜 대선 이후에 하냐. 철탑 위 노동자들의 겨울이 깊어간다"고 박 후보를 겨냥했다.

◇ 朴 "권력형 비리에 文 후보 곤혹스러울 것" vs 文 "새누리당 정부 비리 백화점"

토론회 주제로 들어가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며 공격했다.

포문은 문 후보가 열었다. 문 후보는 "지금 새누리당 정부는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가족까지 모두 합쳐 47명이 비리로 구속됐다. 지금 박근혜 후보 측근 쪽에서도 벌써부터 비리가 시작되고 있다"고 공격을 시도했다.

문 후보는 이어 "(박 후보의) 최측근인 홍사덕 선대위원장부터 시작해 친박 돈공천 문제가 불거졌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조차 '만사 올통'(모든 일은 올케를 통하면 된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일갈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비리 백화점' 발언과 관련, "권력형 비리 문제가 나오면 문 후보도 많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역공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청와대 재직 때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담당했던 금감원(금융감독원) 국장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 모임에서 문 후보를 고발한 상태"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정무특보 때 아들이 공공기관에 부당 취업한 것도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면서 "최근 집을 사면서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나"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저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 선대위에서 네거티브 선거 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박 후보조차 네거티브를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며 "금감원은 국가기관인데 제가 금감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진즉 밝혀졌을 것이고, 그런 네거티브 공세는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대북 정책' 文·李 "새누리당이 남북관계 파탄", 朴 '참여정부서 퍼주기'

'대북 정책 방향'에서는 문재인-이정희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고 공격했고, 박근혜 후보는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로 규정하는 한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의혹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먼저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국민의 정부는 두 차례 서해교전을 겪으면서 북한의 도발을 단호하게 격퇴하면서 NLL을 사수했고 참여정부에서는 단 한차례의 도발도 없었다"며 "이 대통령의 안보 무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박 후보는 이에 "진짜 평화와 가짜 평화는 구분해야 한다.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라며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강력한 억지력과 신뢰를 통해 구축되는 평화여야 진짜 평화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북한이 첫번째 핵실험을 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가짜 평화라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의혹을 거론하며 "어떤 대화가 있었는가. 합법적 절차에 따라 대화록을 밝히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논란도 그칠 것"이라며 문 후보를 향해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문 후보는 "NLL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남북해상불가침경계선이라고 천명을 했다"며 "NLL은 사실상 영해선이라서 단호하게 사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또 이정희 후보를 겨냥, "지난 10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사실이라면 박수를 치겠다고 했고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고 해 목숨을 걸고 NLL을 수호한 장병들을 모욕했다"며 "NLL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이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서해 5도 수역에는 영해선이 그어지지 않은 지도가 있다는 것부터 확인하라"고 되받아 치면서 "유신 대결논리에 얽매인 분이 한반도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면 안된다. 새로운 통일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갈 대통령이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는 유신시대 사고에 머물러 자격이 없다"고 응수했다.

◇ 文·李 "새누리당 외교정책 실패" vs 朴 "盧 동북아균형자론과 차이 뭔가"

문 후보와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외교 정책이 실패했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고,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주창하는 외교정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의 차이를 물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안보 공약은 미·중간 등거리 외교를 주장하는데, 이러한 현실인식은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을 떠올리게 한다"며 "당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한미관계 및 국익에 엄청난 손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균형자의 입장에서 (외교를) 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새누리당의 경우 미국과 편중하는 외교를 하며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나빠졌다. 그 대문에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중국의 외교적 협력을 얻지 못했다. 탈북자 북한 강제송환, 이어도 관활권 문제 등에서 속수무책"이라고 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본질이 뼛속까지 친미, 친일정부다. 문제는 다음 정부가 어떻게 하는가다"라며 "일본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대부분 정치하시는 분들은 미국과의 동맹, 군사동맹 발전을 말한다. 결국 한·미·일 삼각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에 있어 반일감정이 많고, 한미관계는 불안하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지켜야하니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며 "자주적, 평등적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외교도 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튄' 李 후보 탓 朴·文 '존재감' 떨어져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에서 이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박근혜-문재인 양자구도 속에서 제3후보인 이 후보가 특유의 '달변'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날 토론의 유일한 남성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두 여성후보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홍영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토론은 이 후보가 독무대를 펼치는 바람에 다른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묻혀버렸다"며 "유권자들은 문재인과 박근혜의 토론을 기대했을 텐데 이 후보가 너무 튀다보니 좀처럼 두 후보의 대립각이 서지 않았다"고 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 후보는 전체 토론회의 긴장감을 높이고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냈으며 부정경선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어느정도 씻어냈다"면서 "박-문 두 후보는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이 박-문 지지층의 표심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후보 본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박-문 두 후보를 판단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박-문 후보에 대해 "자신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들을 착실히 밝히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러한 정책들을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호소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상에서도 첫 대선후보 토론에 대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 80점, 문재인 60점, 박근혜 40점"이라는 채점표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 후보는 차분하고 침착한 자세를 보여줬지만 야권주자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며 "그 역할을 이 후보가 맡는 바람에 토론이 쉽게 풀렸지만 다른 한편으로 (문 후보의) 존재감이 가려진 부분이 있다"고 총평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현실 문제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의 폭을 넓혀줬다는 점, 토론의 흥행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오늘 역할에 감사한다"며 "문재인과 박근혜만 나왔으면 얼마나 밋밋했을까"라고 이 후보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박 후보에 대해 "반에서 5~10등 정도하는 모범생, 그것도 평범한 머리로 열심히 공부해서 이 정도 성적을 올리는 학생과 같은 느낌으로 토론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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