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뢰없는' 통계-'우왕좌왕' 대책
[머니투데이 백진엽기자]
"2명이 응답했고, 2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것은 공개합니다. 하지만 응답자 중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비율이 100%인 것은 비공개입니다."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담당 공무원들, 그리고 교과부 출입기자들은 주 후반에 접어들면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교과부가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연초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
기자들에게 자료를 준 후 교과부는 조사 결과 전부를 교과부와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피해 응답률'과 '일진 인식률' 등 비율 항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응답한 학생만을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다.
가령 전교생이 1000명이 넘지만 응답한 학생이 1명이고, 이 학생이 피해를 본 적 있다고 하면 이 학교의 '피해 응답률'은 100%다. 이 경우 이 학교는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폭력 학교'로 낙인찍힐 수 있다.
사실 이런 우려는 자료를 공개하기 전부터 제기됐다. 심지어 교과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석환 교과부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은 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번 자료는 신뢰도 높은 통계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들간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비율 지표를 비공개로 바꾼 것. 하지만 응답한 수치는 다 공개하면서 비율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많다. 분모가 '2', 분자가 '2'인 것은 알려주지만 이것이 '2/2, 즉 1'(100%)이라는 것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교과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25억원의 세금을 들여 실시한 '전수 조사'는 사회적 물의만 빚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이 조사를 위해 고생한 많은 교육공무원들은 한달여동안 '헛고생'만 한 셈이다.
이처럼 교과부와 교육청 공무원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 사이, 또 한명의 젊음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또 공개하니 마니로 시간을 보내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폭력에 우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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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진엽기자 jy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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