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업체 '서울시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9호선)이 기습적으로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요금 인상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건설 과정과 협상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문제"라며 "민자사업 협상과정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민자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서와 협상대표단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고 했다.

이들은 '민간이 투입한 건설비에 비해 요금이 과하게 책정된 것',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 후 민자사업의 협상대상자를 교체한 원인' 등 크게 두 가지 의혹을 제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착공된 9호선 건설은 시설 부문 공사를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선로건설 등 기초 토목공사에 드는 비용은 서울시가 세금으로 부담했다. 나머지는 민간 컨소시엄이 맡아 공사를 진행했다. 총 공사비 3조4768억원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부담한 비용은 3분의 1 수준인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9호선은 공사비 3분의 2를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제공받고도 개통 당시부터 다른 지하철 노선과 동일한 요금을 책정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특혜와 연줄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업자 선정 과정과 메트로9호선 대주주 변경과정에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 5월 9호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서울도시철도9호선(울트라 컨소시엄 : 울트라건설40%, Parsons 20%, 머큐리 15%, 로템 10%, 쌍용건설 10%, 강원레일테크 5%)'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인 2003년 4월 울트라컨소시엄과 협상을 종료, 5월에는 '도시철도 9호선 1단계 구간 시설사업기본계획'을 재고시했다. 최종적으론 '로템컨소시엄'(로템, 현대건설, 포스콘, 포스데이타, 대우ENG, LG산전 등)이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물론 사업자가 중간에 변경될 수도 있지만 그 과정과 이유를 어느 누구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100억~200억짜리 공사도 아니고 수조원이 들어가는 국가기간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실련은 또 2008년 9호선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의 특혜 논란도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에 대주주 변경이 이뤄졌고 맥쿼리한국인프라가 새롭게 2대주주가 됐다"며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라 논란이 일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수많은 의문과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감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서 일체와 협상과정을 포괄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시는 외부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9호선 사업자와 요금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9호선을 매입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서 추산하는 매입금액은 6000억~7000억원 가량이다.

채승기 기자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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