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법' 통과되면 달라지는 것은?

입력 2012. 1. 11. 17:10 수정 2012. 3. 21. 23: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밀려 주요 언론의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난 9일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내용의 법안을 박영선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 17명이 국회에 제출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구속수감을 계기로 발의돼 '정봉주법'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 들어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찾아오기 위한 법이라고 민주당은 의미를 부여한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의 처벌 요건을 엄격하게 정해 정부가 관련 법들을 악용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비판적인 언론과 누리꾼들의 입을 막는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정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

선거는 기본적으로 검증의 연속이다. 후보가 공직을 맡을 만한 자질, 정책 역량과 도덕성이 있는지 후보 상호간, 혹은 언론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공방을 거치면서 사실과 진실의 일단이 드러나고 유권자들은 표로 자신의 판단을 드러낸다. 표현의 자유가 진보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졌던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진실은 허위와 부딪침으로써 오히려 더 분명하게 인식되고 더 생동감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설파한 때는 1895년이었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허위사실유포죄 앞에서 검증과 의혹제기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처벌 요건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 공표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그 행위가 공공성 또는 사회성이 있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써 사회의 여론 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된다면, 정봉주는 무죄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선거 국면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중요성에 관해 "'국민의 종'을 뽑는 과정에서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가장 완전하게, 또한 가장 시급하게 적용돼야 한다. … 선거에서 무결점의 경력을 내세우는 공직 후보라면, 이를 공격하는 정적이나 언론에 '파울!'이라고 외쳐선 안 된다"('모니터 패트리엇 대 로이' 판결·1971년)고 판결한 바 있다. (<한겨레> 1월2일치 박용현 칼럼 재인용)

■ 형법 개정안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이 문화방송의 <pd첩>을 고발한 근거는 형법의 명예훼손이었다. 현행 형법 307조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 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해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들이 각종 정부나 기관, 기업 등의 비리를 밝혀내고도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가 있는 이들이 이 조항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물론 현행 형법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기는 하나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개정안은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는 삭제했다. 허위 사실일 경우에도 허위의 사실임을 알고 있을 때로 처벌 요건을 강화했다. 위법성 조각 사유에,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 외에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상대방이 공직자 또는 공인인 때, 그 행위가 공공성 또는 사회성이 있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써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아울러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개정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 당시 정부·여당이 신설하겠다고 했던 '사이버 모욕죄'와 관련이 있다. 실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이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 등이 낸 개정안의 기본 맥락은 형법 개정안과 동일하다. 다만, 매개의 수단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70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조항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삭제하고 허위 사실의 경우에도 '거짓임을 알고도'로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아울러 위법성 조각 사유도 확대했다.

표현의 자유 확대를 뼈대로 한 이 개정안들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현재로선 사실 크지 않다. 박 의원 쪽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이번 임시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민주통합당의 당론으로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흔쾌히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 법안들은 18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더 크다. 19대 국회의 첫 과제가 될 것 같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