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 입'만 바라본 수사..단독범행 맞나
송치 하루 앞두고 자백이 전부…의혹 되레 커져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임기창 기자 = 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일단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씨의 단독 범행이었다는 자백이 나왔다.
그러나 공씨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였던 박모씨 등 참고인들이 말을 맞췄을 개연성, `윗선'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에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아 과연 단독 범행인지에 대한 의심은 되레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을 9일 경찰로부터 송치받을 검찰도 단독범행 자백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특별수사팀을 통해 거의 재수사에 가깝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디도스 공격이 공씨의 소행이라는 공범들의 자백이 나오고 나서도 내내 범행을 부인하던 공씨가 급격한 심경 변화를 일으켜 단독 범행임을 자백했다는 점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경찰은 `수사팀의 설득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던 김씨와 박씨 역시 그간 "선거 전날 술자리에서 디도스 이야기는 없었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랬던 이들이 조사 도중 화장실에서 서로 마주친 뒤 자백을 마음먹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디도스 공격이 이뤄지고 공씨가 검거되기 전 공씨와 김씨, 박씨 등 관련자들 간 모종의 `대책회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사안의 중대성을 몰랐을 리 없는 이들인 만큼 적어도 경찰 조사에 대응할 방향 정도는 서로 공유하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한나라당이나 의원실 등 `윗선'에 보고가 됐으리라는 의심도 여전히 남는다.
김씨는 선거 전날 술자리에서 "선관위를 때리삐까예(`때려버릴까요'의 경상도 사투리)?"라며 디도스 공격 의사를 밝힌 공씨를 말렸고, 선거 당일 아침 공격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는 김씨와 공씨 모두 인정한 부분이다.
국회의장의 의전비서라면 투표일 전날과 당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터다. 그런 인물이 자초지종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 부분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씨가 진주에서 지인들을 만나 "나경원 의원을 도우려고 했다"거나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뒤집어쓰게 생겼다"는 언급을 했다는 풍문은 배후설이라는 중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진주로 수사팀을 보내 탐문을 벌였고 `공씨의 진심을 가장 잘 들었을 것 같은' 인물인 공씨의 여자친구를 조사했지만 "디도스 공격에 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이와 함께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새벽시간대 디도스 공격이 공씨의 진술처럼 갑자기 생각나 바로 지시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좀비 PC가 많이 켜져 있는 낮시간대면 몰라도 거의 PC가 꺼져 있는 새벽 시간대에 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라는 특정한 항목만 공격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좀비 PC를 평소에도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준비없이는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사건 송치를 불과 하루 남겨둘 때까지 경찰이 얻은 최대 수확은 공씨의 입에서 "나 혼자 했다"는 자백을 들었다는 것뿐이다. 경찰은 송치 직전까지 수사를 멈추지 않겠다고 하지만 산적한 의혹을 과연 풀어낼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를 중심으로 4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의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백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으며 물증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씨가 범행을 부인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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