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혼 담아야 할 연설문 돈 주고 자문받아?과거 관행은 '거짓말', 아무리 영혼이 없어도.."

2011. 11. 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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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2신 보강 : 7일 오후 4시 2분]"이전 정부도 하던 자문활동" - "대통령 혼을 돈 주고 자문받나?"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각) 미 국무부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오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당시 연설문 작성을 위해 미국의 한 로비업체에 연설문 초안이 의뢰됐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전 정부에서 해오던 관례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전 정부 관계자들은 '업체의 연설문 초안을 받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반발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 관련 잘의를 받고 "대통령 연설은 우리 연설비서관과 참모들이 작성한 것"이라며 "(미국 의회연설 등은) 귀중한 기회니까 미국 의회에서도 어떤 기대를 갖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자문활동으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임 실장은 이어 "외국 연설문은 해당 국가가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해당 한국대사관에서 취합해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며 "(이번에 문제 된 연설문의 경우) 그중에 미국 업체가 대상기관이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도 청와대에서 기자들은 만나 "연설문은 최종적으로 청와대가 작성하는데, 미국의회 연설 등 국빈방문 당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서 드래프트(초안)를 받았다"며 "그중 한 곳이 주미한국대사관이었고, 대사관에서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초안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가 연설문을 작성할 때 다양한 곳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구한다. 그걸 갖고 열 번 스무 번 독해하면서 완성한다. 여기서 온 연설문은 그중 극히 일부분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채택하면서 골격을 만들어간다"며 "이는 김대중 정부, 김영삼 정부에서도 다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관계자들 "대통령 혼 담는 연설문, 어떻게 돈 주고 자문?"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 의원들에게 거수 경례하고 있다.

ⓒ 청와대

청와대의 해명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청와대에서 작성됐고, 로비업체의 연설문 초안은 참고자료로만 활용됐을 뿐'이라는 것이고, '이전 정부에서도 해오던 관행'이라는 것. 그러나. 이전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에 문제된 연설문 작성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외교부의 해명에 대해 "돈을 주고 그런 걸 했다는 게 나로선 금시초문"이라고 반응했다. 김 사무국장은 "외교부가 돈을 썼는지 어땠는지 내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런(연설 자문을 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정홍보처가 '다이나믹 코리아' 국가 브랜드 홍보를 하면서 돈을 주고 외부의 자문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대통령 연설과 관련해 외국 업체에 돈을 주고 자문을 받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연설문 작성 때는 보통, 관련 부처, 해당국 대사관에서 '이번 연설에 이런 내용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올라온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 내용을 보고 연설에 담을 건지 채택한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작성된 초안이 참고자료로 올라온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대통령 연설문에는 대통령의 철학과 국익에 대한 판단 등이 담기는 것이고, 대통령의 혼이 담기는 것"이라며 "그걸 돈을 주고 자문을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자꾸 전 정권들을 걸고 넘어가려는데, 참 이해 못할 일"이라고 개탄했다.

역시 참여정부에서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전 비서관도 "과거 정부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는 해명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청와대나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 연설도 극비 사항에 해당한다"며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몇 명만 아는 정도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증시가 출렁이고 정치사회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 연설을 외부에 맡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순방 중 이뤄지는 해외연설은 외교전쟁, 경제전쟁에 해당하기 때문에 절대로 외부에 미리 알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아무리 영혼이 없는 공무원, 영혼이 없는 대통령일지라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사정부 때도 대통령 연설을 외국업체에 그것도 돈을 주고 한 일이 없을 것이고 참여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구술 정리하도록 했었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도 "대통령님은 각 부처와 청와대 각 비서실에서 올라온 안을 갖고 스스로 자료를 참고해 정리하시고, 구술하시거나 첨삭해서 연설문을 스스로 완성하셨다"며 "말은 자신의 것이기에 온전히 자신이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이어 "초안을 받아서 검토하거나 밖에서 자문을 받아서 하는 일은 없었다"며 "지금 문제된 식으로 연설에 자문 받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대통령 연설을 어떻게 돈을 주고 자문을 받는가"라고 말했다.

[1신 보강: 7일 오후 12시 53분]

'기립박수' MB 미국 연설, 미국 용역업체 작품?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13일(현지시간)워싱턴D.C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하는 도중 미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 청와대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미국 의회, 상공회의소 등에서 했던 연설문은 미국의 로비업체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 세계일보 > 인터넷판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 9월 말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웨스트윙 라이터스(West Wing Writers)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연설문을 작성하는 작업을 맡겼다.

'기립박수 연설문' 미국 로비업체가 초안 작성

이런 내용은 미국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 자료에 나타나는데, 계약서에는 이 회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작성하고 초안에 들어갈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주 용역내용으로 돼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연설 관련해선 1만 달러, 미 의회 연설과 국빈 방문 관련 연설에 3만6500달러, 모두 4만6500달러가 소요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초안 작성 및 미 상·하원 의원들에 대한 분석 및 전략적 충고도 제공하게 돼 있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을 인용했고, 6·25 전쟁에 참전한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기도 했다. 당시 기립박수 5번 등 총 45번의 박수가 터졌는데, 청와대는 "외국 정상 연설 중 최다 기록"이라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지난 2009년 3월 미국 의회 연설 등 미국 내 연설과 관련해 이 업체를 이용해온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009년 9월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 가디언 > 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 민주당 유력인사들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이끌고 있다.

청와대는 주미 한국대사관과 웨스트윙 라이터스의 계약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해외 연설문 작성은 외교통상부나 현지의 우리 대사관에서 보낸 의견을 참고한다"며 "참고는 하되, 청와대가 작성하는 최종연설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미 한국대사관 자료가 로비업체가 작성한 것인지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도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외국에서 중요한 연설을 하게 되면 대사관을 통해 연설문 작성 전문업체를 포함한 상대국 관계자들의 자문을 구해서 연설문을 작성한다"며 "다만 아이디어를 채택할 뿐이지 그 내용이 그대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청와대만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 정부에서도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국민들은 수치심과 분노 느낀다"

국가원수의 연설문 작성을 해외의 민간업체에 맡긴 일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7일 < 오마이뉴스 > 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의 해외 연설 때는 대사관이나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듣는 정도이지, 연설문 초안 작성을 (로비업체에) 의뢰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낸 서면브리핑에서 "국가의 철학과 가치가 담겨야 할 대통령 연설문을 상대국 '로비업체'에 의뢰하고, 거기에 국민의 세금까지 낭비한 상황을 우리 국민이 도대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외국 전문업체에 맡겨야 할 만큼 우리 공무원들의 수준을 낮게 본 것도 문제지만, 외국 로비업체가 작성한 연설문에 대한민국의 가치와 국익이 제대로 반영되었을 리도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5번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모두 45번의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해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그 '파안대소'가 국격을 팔아넘긴 대가였다는 속사정을 알고 난 국민들은 수치심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러한 일이 어떠한 결정 과정과 누구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이에 대한 공세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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