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의 분노] (2·끝) 세대간 소통 두절

조백건 기자 입력 2011. 10. 29. 03:22 수정 2011. 10. 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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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대 5060.. 대한민국엔 단절된 두개의 섬이 있다

경희대 에 재학 중인 이모(여·24)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전화로 트위터에 접속한다.

트위터엔 어김없이 팔로어(follower·트위터 친구)들이 보낸 그날 아침의 핫이슈가 관련 기사와 함께 떠 있다. 이씨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정보를 대부분 트위터에서 얻었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클리닉', 박원순 후보의 '대기업 협찬' 논란 등에 관한 기사를 보고, 거의 동시에 트위터에 '나도 다니고 싶다' '헐(헉)' 같은 짧은 댓글을 남겨 서로의 감정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이씨처럼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지금의 20·30대는 흔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세대'라고 불린다. 이씨의 친구들 상당수는 신문과 방송의 정제된 뉴스를 가까이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정보에 휘둘리기 쉽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50·60대와는 정보 수집과 소통 방식이 완연히 다른 셈이다. 국내 SNS 가입자는 올 9월 기준으로 1500만명을 넘어섰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50·60대가 이성적인 담론 세대라면, SNS를 적극 활용하는 20·30대는 감정적인 토크(대화) 세대"라며 "이들은 문화적으로 크게 다른 별개의 종족"이라고 했다.

20·30대는 SNS를 통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지난 4월 21일 서태지 · 이지아 이혼 소송 사건이 터졌을 때, SNS에선 '서태지·BBK' 의혹이 범람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이 한 언론사를 고소한 데 대해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덮으려고 청와대 와 국정원 이 일부러 서태지 사건을 흘렸다는 것이다. 기존 매체는 이를 황당한 음모설로 간주했지만, SNS에선 거의 기정사실화 되다시피 했다. SNS 속 의견교환의 추세가 그렇게 모였기 때문이다.

북한 의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 역시 비슷하다. 해외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다국적 조사단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맞아 폭침했다"고 밝혔지만, 20~30대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SNS에서 자기들만의 다양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나꼼수' 같은 인터넷 방송이 20·30대 젊은층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방송이 '토크 세대'의 특성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사회자들이 가벼운 흥미 위주의 대화를 통해 각종 현안을 설명하는 방식이 SNS 속 대화와 닮았다는 것이다. 40대는 20~30대와 50~60대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다. 40대의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 씨는 SNS를 통해 이런 20~30세대의 분위기를 40대에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문조 교수는 "현 상황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서로를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적과의 동침'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20~30대와 50~60대 간의 대화 채널이 열리지 않는 한 세대전쟁은 갈수록 격화될 수밖에 없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한 'SNS 효과'

[포토]위성사진 아닙니다, SNS 세계 지도 '인기'

  • "정치권, 서민을 말하며 제 밥그릇만 챙겨", "부도덕한 인물투성이… 처벌에는 눈감아"
  • 현재의 40代, 1987년의 30代와 비슷한 사회적 위치
  • 2040은 '스마트 안티(smart a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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