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매국노 국장" 위키리크스 '공방'에 ..

입력 2011. 9. 20. 10:30 수정 2011. 9.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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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의원 주장에 여당 반발, 국감 정회…남경필 "위키리크스, 제가 하지 않은 표현"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외교통상부 간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위키리크스 비밀 문서가 공개된 가운데, 야당 의원이 이 간부를 '매국노'로 주장해 여당측이 반발하고 국회가 정회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위키리크스를 보면 현 정부 핵심) 측근들이 경쟁적으로 미 대사를 만나고 국민을 비하하고 실-국장에 이르기까지 미 대사에 충성 경쟁하듯이 외교 기밀을 누설했다"며 "'대한민국에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싶은데 미국이 대만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말하는 국장이 있다. 이건 매국노"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7일 보도한 지난해 1월21일자 주한 미대사관 작성 문건에 따르면 2010년 초 대만 의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개정법안을 통과시키자, 안아무개 외교통상부 간부는 미국측에 대만에 대한 미쇠고기 개방 압력을 제안했다.

▲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http://www.wikileaks.ch

그는 대만 의회 결정 열흘 뒤인 1월 15일 미국 대사관 관계자와 만나 "대만 상황을 매우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 측이 대만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법안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철 의원은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치인-관료인지 미국 정치인-관료인지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며 "이들이 대한민국 국정을 농단해 왔다. 국익이 처참히 깨졌고, 명예에 훼손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을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망신을 줬다"며 "지금이라도 그런 재발 방지를 위해서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외교부 공식입장은 (위키리크스에)일체 대응을 않겠다는 것"이지만 "위키에는 그렇게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과의 문답 과정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한민국 외교관이 미국에 아첨했다는 것에 동의 안 한다"며 "외교관은 주한 미대사관과 정기적 업무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안 국장에게 물어봤다. 안 국장에게 물어보니 자기 말한 뉘앙스와 (위키리크스 보도가)다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확인해봐야 한다"며 "안 국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밝힐 것으로 본다. 분명히"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김 의원이)평정심을 잃고 국무위원에게 매국노 발언을 썼다"며 "정중히 제가 위원장께 (매국노 표현을)속기록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일국의 국무위원에게 매국노를 쓸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잠시 상임위원장 대행을 맡은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은 "(매국노 표현은)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동철 의원님 양해해주시고 삭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철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대만도 그렇게 (쇠고기를)개방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매국노"라며 거듭 주장했고, 구상찬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해 양측의 고성이 오갔다. 남경필 상임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고성이 계속돼자, 남 위원장은 국정감사 정회를 10여분간 선포했다.

한편, 남경필 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최근 본인 관련 위키리크스 보도에 대해 해명을 했다. 한겨레 19일자 2면 기사 < "농업보조금 해로워…국회, 농민에 저항할 용기내야" > 에 따르면, 남 위원장은 정부의 농업보조금 정책을 비판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국회가 농민에 저항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 위원장은 "위키리크스를 확인해봤다. 저와 관련된 보도가 사실은 있었던 것 같다"며 "제가 한 이야기를 비공식적 자리에서 영어로 번역했을 것이고 다시 한국말로 기사를 쓰면서 제가 하지도 않은 표현, 애매한 표현으로 보도됐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국회가 저항해야(resist) 한다는 표현', '농협 보조금이 해롭다는(harmful) 표현'을 예로 들며 "평상시 쓰지 않는 표현"이라며 "영어를 한국말로, 한국말을 영어로 표현하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 자리가 아닌데서 했다. 배석자가 통역 없이 해서 하는 것"며 "위키리크스가 모든 진실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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