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오세훈의 수호신이 될 것인가

2011. 8. 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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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해피해 은마아파트 투표율 10시30분 20% 돌파

강남구 신사동 투표장 가보니 새벽부터 긴 줄, 대부분 50~60대

투표 주민 "빨갱이가 선동해 나라 망할 것 같아 투표"

 강남 주민들은 이번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수호신이 될 것인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치러지고 있는 24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은마아파트 안의 경노당에 마련된 강남구 대치 2동 2투표소는 투표율 20%를 돌파해 서울시내 전체 투표소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강남 9.6%, 서초 8.9%, 송파 8.1%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철저한 계급 투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시장은 개표 집계 내내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밀리다가 막판에 강남 3구의 몰표를 받아 전세를 역전했다.  

 24일 아침 강남구 투표장 일대를 둘러봤다. 어스름 짙은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강남구 주민들이 투표장에 나오는 모습이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듯 고급 승용차를 몰고 투표장을 찾은 주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0m는 족히 넘는 줄이었다. 투표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은 "이 정도면 주민투표가 성사될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곳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는 시민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복지 포퓰리즘 경계"였다.

 아침 6시 30분께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강아무개(59·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씨는 "빨갱이들이 복지포퓰리즘을 선동해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일제 혼다 승용차를 타고 부인과 함께 급히 자리를 떠났다.

 서울 신사동 신구초등학교 투표소 앞에서 만난 박상진(62·가명)씨는 "복지포퓰리즘은 선동정치의 표본이다. 무상급식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투표를 마친 뒤 부인과 함께 벤츠 승용차를 타고 투표소를 떠났다. 차량 안에는 운전 기사와 애완 강아지가 함께 타고 있었다.

 투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어느 곳에 투표했는지 물어보면 대체로 "'단계 무상급식'에 표를 던졌다"고 답했다. 이철진(가명·50·서울 압구정동)씨는 "복지는 급하게 시행해선 안된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시행해야 하는데 지금의 무상급식은 너무 서두른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번 투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신아무개(56·서울 압구정동)씨는 "이번 주민투표는 나라의 복지정책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꼭 투표율 33%를 넘겨 주민투표가 성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이번 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투표거부운동을 벌였다. 이에 반발심을 느껴 일부러 투표장을 찾았다고 밝힌 강남 주민들도 많았다. 김향미(50)씨는 "내가 의사표현을 하겠다는데 하지 말라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하지 말라는 얘길 들으니 꼭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근길에 투표소에 들렀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여 억지로 투표장을 찾은 주민도 있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아무개(35)씨는 "직장 상사가 꼭 투표하고 오라는 얘기를 했다. 출근하면 투표했는지 물어볼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투표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압구정역 인근에서 만난 김영진(41)씨는 "아이들 급식문제를 놓고 여야 모두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 같아 불편해 투표를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하지 않고 출근길에 나서던 박혜영(36)씨는 "오세훈 시장이 대권행보를 걷기 위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이시각까지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으며 20~30대 젊은층은 열명에 한명꼴도 되지 않았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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