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회고록'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집필중

2011. 8. 11. 11: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한국현대사를 어둠의 색깔로 물들인 혐의로 단죄를 당한 5·6공 최고통치자들이 자기 나름의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자서전에서 "1992년 대선과정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3천억원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폭로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수십 년째 일기·메모 등 기록을 해왔고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 등의 형태로 자신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전 전 대통령의 5공 회고록 내용과 출간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나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본인은 재임시절 보고 느낀 점을 가감없이 솔직히 기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조성한 천문학적인 비자금 규모와 통장잔고 29만원의 진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거액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선고된 추징금 가운데 1672억3000만원을 미납한 상태이며 자신의 전 재산이 통장잔고 29만원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4월17일 대법원에서 내란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요청으로 사면복권됐다.

한 5공 인사는 "1979년 10·26 사태 이후 권력의 핵심에 들어와 이후 7년간 재임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사실을 접한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과정과 재임 시절, 그리고 퇴임 뒤 5공 청산 과정과 비자금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실을 그대로 역사 앞에 드러내놓는 게 소임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과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장세동씨도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해 모든 자료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한 5공 인사는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단임 대통령으로는 가장 긴 기간(7년) 동안 재직한 대통령"이라며 "군부독재 정권이란 평가가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은 역사의 평가는 후세에 맡기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남기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한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1979년 10·26, 12·12 사태를 겪으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해 권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재임 시절, 그리고 퇴임 뒤 5공 청산과 김영삼 정부의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측에 3000억원을 줬다'고 밝힌 데 대해 와이에스쪽이 강력 부인하고 나서자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이 당시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해 김 후보와 나눈 대화의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전직 사정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녹음은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인 시점에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녹음된 대화에는 3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 측과 접촉해 아버지의 구속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면서 "그래서 재헌씨는 전·현직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의 공개 문제를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구속돼 있던 노 전 대통령은 정국에 미칠 파장, 진행 중인 비자금 사건 재판에 미칠 악영향, 향후 노 전 대통령 사면·복권 문제 등을 고려해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당시 녹음테이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함께 구속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쪽에도 흘러들어 갔다. 전 전 대통령쪽은 '그쪽이 부담스럽다면 우리가 공개하겠다'고 강하게 설득했지만 노 전 대통령쪽에선 결국 테이프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대선자금 지원에 관한 진술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금진호 전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전 국회의원을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에게 소개해주고 이들을 통해 2000억원을, 그 뒤 대선 막바지에 김 후보 쪽의 지원 요청에 따라 직접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 녹음테이프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 등 상도동 인사들은 회고록 출간후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을 원색비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선거자금 지원 폭로를 계기로 대선 선거자금의 실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7년 이후 5차례의 대선을 치르는 동안 검찰 수사를 통해, 관련자의 증언으로 그 일각이 드러난 적은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직접 대선자금에 대해 밝힌 것은 9일 발간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처음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고백' 역시 역사적 진실을 100%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직선제가 부활된 1987년 대선 때 후보들은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한 세 과시에 주력했고 여기에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지원한 1400억원, 당에서 모은 50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경제 규모 기준으로 2조원, 화폐 구매력 기준으로는 5500억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시 정치권에선 "노 후보가 적어도 1조원을 썼을 것"이란 얘기들이 나돌았었다. 노 당선자측은 선관위에 선거비용으로 130억원을 신고했다.

1992년 대선 때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 진영에 있었던 김종필씨는 "와이에스의 대선자금 규모를 알면 국민들이 기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김 전 대통령측이 독자적으로 모금한 '+α'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당시 야당은 "YS 대선자금은 1조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영삼 당선자측은 선관위에 284억원을 신고했다.

외환위기 와중에 치러진 1997년 대선 때도 상당한 액수의 선거자금이 쓰였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자민련측 선대본부장을 지낸 강창희 전 의원은 2009년 출간한 책에서 "'차떼기'는 1997년부터 있었다"며 "대선을 열흘 앞두고 선거 지원 유세비용 등으로 총 80억원의 현금이 차떼기 방법으로 자민련으로 건네졌다"고 했다. 자민련에 이 정도 돈이 돌아갔다면 김대중 후보측에선 더 큰돈을 썼을 것이라고 당시 정치권 인사들은 말했다.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쪽은 국세청을 통해 기업들에 압력을 가해 166억원을 거뒀던 사실이 훗날 '세풍사건' 수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은 기업들로부터 823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수사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서전에서 "검찰 관련 인사로부터 '검찰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들도 숱하게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불법 자금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탈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내가 쓴 불법 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은퇴할 용의도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 10분의 1을 초과하는 113억원이 불법 자금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대선자금과는 별도로 당선 축하금이나 통치자금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시 조성했다는 수천억원대 비자금이 1995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게 거의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인사들은 "2007년 17대 대선부터는 대선자금이 법정 선거비용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했다. 군중 동원보다는 텔레비전 토론이나 광고가 선거전의 중심이 됐고 2002년 대선자금 수사의 영향도 컸다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은 373억원, 정동영 후보는 399억원을 각각 썼다고 신고했다.

디지털뉴스팀

<한겨레 인기기사>■ "YS, 1000억 받고 '이제 살았습니다' 고마워해"중국 첫 항공모함 등장에 미국 '긴장'강호동, '1박2일' 그만두나권재진 장남 병역 근무지는 서민 세탁소?우리집 에어컨 틀면 윗집은 열받는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