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김영삼 후보에 대선자금 3000억 줬다" 노태우, 뒤늦은 '과거사' 고백

입력 2011. 8. 10. 21:10 수정 2011. 8. 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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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회고록 펴내 비화 공개

청 금고에 100억 놓고 퇴임 본인 선거땐 2000억 사용

전두환 임기말 내각제 추진 6·29 선언은 스스로 결단

YS아들 현철씨 "말도 안돼"

노태우(사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쪽에 선거자금으로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사실관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펴낸 <노태우 회고록>(상·하권)에서 "당시 민자당 김영삼 총재는 1992년 5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나에게 '(대선에서) 적어도 4000~5000억원은 들지 않겠습니까. 저로서는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전 의원을 김 총재에게 소개해주고 이들을 통해 각각 1000억원씩 모두 2000억원을 지원했다"며 "대선 막바지에 김영삼 후보 쪽의 요청을 받고 다시 금 전 장관을 통해 1000억원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노 전 대통령은 회고했다.

또 그는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 당시 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총액을 "원금만 2757억원이었다"고 밝히며, 퇴임 이후에도 비자금을 지니고 있던 이유에 대해선 "김영삼 당선자가 청와대에 오지 않는 등 후임자에게 자금을 전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김현철 부소장은 "대선 자금을 당을 통해서가 아닌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20년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러우며 그분이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고 속 100억원에 대해선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금고도 이미 텅텅 비어있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당선됐던 1987년 대선에서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지원한 1400억원과 당에서 모은 500억원 등 모두 2000억원의 선거자금을 썼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비자금 문제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내가 (비자금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마지막 사람이었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은 6·29선언과 관련해선 "87년 6월10일 당일에 직선제 개헌 수용을 결심했다"며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통령은 그만두되 물러난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1986년 3월부터 내각제 개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대중·김종필·김영삼 등 3김에 대한 평가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없는 난경을 겪어오면서 얻은 경험이 몸에 배어 있었고 관찰력이 예리한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총명함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진지한 면보다는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으며,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서는 "30년 가까이 국정에 몸담아 온 관록이 있어서인지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는 평을 남겼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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